이만수 감독대행의 '과감성', 게으른 천재 안치용의 '일관성', 돌아온 에이스 김광현의 '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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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플레이오프 4경기와 플레이오프 5경기를 통해 이만수 감독대행은 특유의 '메이저리그 스타일' 야구를 보여주려 했다. 특징은 명확하다. 선발에게 최대한 긴 이닝을 맞기고, 타자들에게는 세세한 작전지시를 내리지 않는다. '힘'을 앞세운 강공야구였다. 이것이 잘 맞아떨어지며 SK는 KIA와 롯데를 물리치고 한국시리즈까지 올랐다.
그러나 삼성과 맞붙은 한국시리즈에서는 오히려 이러한 이 감독의 스타일이 패인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나친 신중함'으로 인해 투수교체 타이밍이 자꾸 늦는 것이 문제다. 이 감독 스스로도 1차전 0대2 패배 후 "(선발) 고효준을 일찍 바꾸지 못한 내 잘못"이라며 스스로의 실수를 인정했다. 하지만, 2차전에서도 이 감독의 스타일은 바뀌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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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통해 안치용은 '난세영웅'이라는 자신의 별명을 실제로 입증해냈다. KIA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는 홈런 1개 포함 9타수 3안타 3타점으로 활약하더니 롯데와의 플레이오프에서는 무려 4할(15타수 6안타 1홈런 3타점)을 기록했다. 팀의 중심타자로서 제 몫을 다한 것이다.
그러나 안치용은 한국시리즈 1, 2차전에서는 이러한 맹타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1차전에서 5번타자로 나온 안치용은 3타수 1안타로 고개를 숙이더니 2차전에서는 4타수 1안타에 삼진을 2개나 당하며 체면을 구겼다. 타점은 2경기에서 하나도 기록하지 못했다. 만약 안치용이 앞선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 때의 모습을 한국시리즈에서도 이어갈 수 있었다면 SK의 위치도 지금과는 달랐을 것이다. '일관성' 있는 타격 페이스, 안치용이 되찾아야만 하는 SK 역전승의 요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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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에이스' 김광현은 긴 시간에 걸쳐 부상을 이겨냈다. 그리고 이번 포스트시즌에 당당히 합류해 SK의 '히든카드'로 활약해주리라는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김광현은 정작 포스트시즌에서 부진하다. 준플레이오프에서 1차례 선발로 나와 1패(방어율 1.93)만을 기록했던 김광현은 플레이오프에서는 2차례 선발로 나왔다. 김광현은 이 두 경기에서 승패를 기록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방어율이 무려 9.64나 됐다. 더구나 두 경기에서 모두 조기강판되면서 '에이스'로서의 체면을 완전히 구겼다.
아무리 기량이 예전만 못하다고는 해도 김광현은 여전히 팀의 '에이스'다. '에이스'가 무너진 팀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가는 일만큼 힘들다. 2007년 SK가 역전 우승을 차지할 수 있던 비결도 김광현이 4차전 깜짝 선발로 나와 7⅓이닝 무실점으로 활약한 덕분이다. 이때, 완전히 '각성'한 김광현은 SK의 새로운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김광현은 일찌감치 한국시리즈 4차전 선발로 예정된 상태다. 4년전 그때와 같다. 만약 김광현이 자신의 등번호(29)와 같은 29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리는 4차전에서 4년전의 '각성'을 다시 보여줄 수 있다면 SK는 역전우승을 위한 강력한 원동력을 얻을 수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