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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마담' 류중일 감독, 초호화 명품 쇼핑을 하다

김남형 기자

기사입력 2011-10-25 22:33


류중일 감독은 '명품 쇼핑'의 마지막을 역시나 오승환으로 장식했다. 오승환이 8회에 마운드에 오른 뒤 역동적인 투구폼으로 공을 던지고 있다. 대구=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삼성 류중일 감독은 마치 초호화 명품 백화점에 들어간 '유한마담' 같았다.

'유한마담' 류중일 감독이 백화점에 입장했다. 일단 손에는 중상가 브랜드의 백(매티스)이 들려있다. 꽤 좋은 제품이었다. 하지만 4회가 지나자 류 감독은 따분함을 느꼈는지 들고 있던 백을 버리고 명품 백(차우찬)을 고르더니 왼쪽 손에 척 들었다.

잠시후엔 또다시 싫증이 났다는 표정이 됐다. 그러더니 다른 상표의 명품(안지만)을 골랐다. 결국 마지막에는 명품 가운데 장인의 마무리 손질이 가장 좋다는 최고 제품(오승환)을 들고 유유히 백화점을 나갔다. 한국시리즈 1차전을 이렇게 표현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1차전은 삼성 불펜 몸푸는 경기였다

이날 경기전 삼성 허삼영 전력분석 과장은 "선발 매티스가 4회까지 버텨주는 게 관건이다. 그렇게 되면 우린 경기를 쉽게 풀어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선발투수가 4회까지만 잘 막으면 최상이라는 건, 그만큼 뒤에 대기하고 있는 투수가 많다는 뜻이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이미 며칠 전부터 "선발투수 뒤에 또다른 선발투수를 받쳐서 1,2차전을 잡겠다"고 공언했다.

매티스가 4회까지 4이닝 4안타 무실점으로 막았다. 선두타자를 자꾸 내보내 불안하게 보이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호투했다. 보름 넘게 쉬어서 경기 감각이 떨어져있는 삼성으로선 매티스가 큰 역할을 해준 셈이다.

이어 정규시즌때 선발로 뛴 차우찬이 5회부터 3이닝을 무안타 5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았다. 세번째 투수 안지만도 ⅔이닝 무실점. 네번째 투수 권 혁이 8회 2사후 등판한 뒤 곧바로 안타를 허용하자 류중일 감독은 '최고의 무기' 오승환을 곧바로 호출했다. 오승환은 '예상대로' 1⅓이닝을 틀어막았다.

이건 뭐, 한국시리즈 1차전이라기 보다는 '삼성 불펜 연습경기' 같은 분위기였다. 그만큼 삼성 투수진이 이날 깔끔한 이어던지기를 과시했다.


'강판'은 없고 '교체'만 있었다

투수가 위기에 몰리면 주자를 남겨놓은 채 투수코치에게 공을 건네고 강판된다. 그 다음 투수는 이른바 '승계주자'를 안은 채 마운드에 올라야한다. 누상에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등판하는 건 불펜투수에겐 부담스런 일이고, 보는 사람의 맥박도 뛰게 만든다. 때문에 평소 감독들은 불펜투수가 되도록 승계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오를 수 있도록 배려한다. 한국시리즈 같은 큰 무대라면 더욱 그렇다.

1차전에서 삼성 투수진은 사실상 '강판'이 없었다. 특별한 위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어떤 면에선 줄줄이 투수들이 대기하고 있으니 다음 투수의 활약을 위해 호투하던 투수가 어쩔 수 없이 물러나주는, 그런 모양새였다.

네번째 투수 권 혁이 주자 한명을 내보낸 뒤 곧바로 내려간 게 유일한 '강판'이었다. 그나마 최고 명품 마무리 오승환이 곧바로 등판해 불을 꺼버렸으니 결과적으로 위기도 아니었다. 투수 강판은 없고, 투수 교체만 있었던 경기. 삼성의 강점이 부각된 경기였다.

또하나 볼거리가 있었다. 뒤로 갈수록 포심패스트볼 스피드 경쟁이 펼쳐졌다. 선발 매티스는 대략 시속 140㎞ 언저리에서 직구 구속이 맴돌았다. 강력한 직구를 던지는 투수는 아니다. 차우찬은 145㎞에서 149㎞ 사이였다. 안지만은 145~146㎞짜리 포심패스트볼을 뿌려댔다. 오승환은 최고 150㎞ 직구를 던졌다.

삼성이 한국시리즈 1차전을 앞두고 잘 준비해왔다는 게 증명됐다. 류중일 감독의 애초 구상이 빛을 발한 것이다. 류 감독은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기자와 대화를 나누던 중 "아예 투수 9명에게 1이닝씩 맡기는 것도 괜찮지 않겠는가"라는 농담을 건네자 "한번 그래볼까?"라며 웃기도 했다.

이날 삼성 불펜자원 가운데 정현욱 권오준 배영수 정인욱 등은 등판 기회조차 잡지 못했다. 이 투수들 만으로도 한경기에서 9이닝을 책임질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남은 한국시리즈 동안, 류중일 감독의 '명품 쇼핑 사건'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구=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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