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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임 훈이 선발 출전하는 세가지 이유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1-10-23 08:52


SK 임 훈. 스포츠조선DB

'9번 타자' 임 훈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SK 이만수 감독대행은 비로 취소된 22일 롯데와의 플레이오프 5차전 선발 라인업에 임 훈을 올렸다. 임 훈은 지난 11일 광주에서 열린 KIA와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 이후 선발 출전하지 못했다. 이번 플레이오프서도 1차전과 3차전에 대수비와 대주자로 나온 것이 전부다. 23일 열릴 5차전에도 이 감독은 똑같은 라인업을 꺼내들겠다고 공언했다. 임 훈에게 모처럼 기회가 온 것이다.

당초 임 훈은 이 감독의 전적인 신뢰를 받았다. 이 감독은 준플레이오프 1,2,3차전 당시 임 훈의 선발 출전에 대해 "큰 경기는 타격보다는 수비가 우선이다. 타자는 잘 쳐야 3할이지만, 수비는 95% 이상 성공시켜야 하지 않느냐"고 밝힌 바 있다. 안치용이 준플레이오프 2차전서 대타로 나와 동점포를 날린 뒤에도 "임 훈은 발도 빠르고 야구 센스도 좋다. 야구는 이름값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다방면으로 잘해야 중요한 경기에 선발로 나설 수 있는 것"이라며 임 훈에 대한 변함없는 신뢰를 보냈다.

생애 첫 포스트시즌 무대가 부담됐던 것일까. 임 훈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3차전까지 8타수 1안타. 반대로 안치용은 별명답게 '난세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2차전 홈런에 이어 3차전서 2타점 선제 결승타를 날리자 이 감독의 마음은 바뀌었다. 더구나 지명타자로 나선 이호준 최동수가 해결사 역할을 해주지 못하자 한방을 갖춘 안치용을 중용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상황은 다시 바뀌었다. 안치용은 플레이오프 1차전서 홈런1개 포함 4타수 3안타로 맹타를 휘두른 이후 안타를 신고하지 못하고 있다. 7타수 무안타에 볼넷 2개를 골라내는데 그쳤다. 안치용이 지명타자로 나와 2타점 결승타를 날렸던 준플레이오프 3차전이 기억난 것일까. 이 감독은 결국 안치용을 수비 부담이 없는 지명타자로 돌리고 임 훈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호준과 최동수의 지명타자 기용이 모두 실패로 돌아가자, 다시 그 역할을 안치용에게 맡긴 것이다.

두번째 이유는 역시 수비 강화다. 임 훈의 투입으로 SK 외야 수비는 한층 단단해질 것으로 보인다. 안치용이 그동안 실수 없이 우익수 수비를 봐왔지만, 발 빠른 임 훈에 비해 수비 범위가 좁다. 게다가 강한 어깨를 가진 임 훈은 송구능력까지 갖췄다. 한국시리즈 진출이 달린 최종 5차전에서 수비의 중요성은 더욱 크다. 임 훈의 수비력이 결정적인 순간 빛을 발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임 훈을 9번 타순에 배치하면서 9번부터 5번까지 좌-우-좌-우-좌-우의 지그재그 타선이 완성된다. 롯데는 4차전서 좌완 에이스 장원준을 불펜 등판시켜 재미를 본 바 있다. 5차전에서도 중간계투로 등판시킬 전망. 다른 왼손 불펜 투수인 강영식과 이명우가 SK 타선을 견뎌낼지 미지수기에 장원준의 투입 여부가 더욱 중요해졌다.

5차전이 비로 하루 연기되면서 장원준이 던질 수 있는 공의 개수는 더 늘어났다. 롯데 양승호 감독 역시 22일 5차전이 비로 취소되자 "원래는 좌타자가 2명 있는 SK 2,3,4번 타순 정도만 상대하려 했지만, 하루 더 휴식을 취하면서 30~40개의 공을 던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투수와 타자의 좌-우 공식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지그재그로 배치될 경우 롯데 벤치는 장원준 기용에 있어 생각이 많아질 수 밖에 없다.


부산=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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