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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번 타자' 임 훈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생애 첫 포스트시즌 무대가 부담됐던 것일까. 임 훈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3차전까지 8타수 1안타. 반대로 안치용은 별명답게 '난세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2차전 홈런에 이어 3차전서 2타점 선제 결승타를 날리자 이 감독의 마음은 바뀌었다. 더구나 지명타자로 나선 이호준 최동수가 해결사 역할을 해주지 못하자 한방을 갖춘 안치용을 중용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상황은 다시 바뀌었다. 안치용은 플레이오프 1차전서 홈런1개 포함 4타수 3안타로 맹타를 휘두른 이후 안타를 신고하지 못하고 있다. 7타수 무안타에 볼넷 2개를 골라내는데 그쳤다. 안치용이 지명타자로 나와 2타점 결승타를 날렸던 준플레이오프 3차전이 기억난 것일까. 이 감독은 결국 안치용을 수비 부담이 없는 지명타자로 돌리고 임 훈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호준과 최동수의 지명타자 기용이 모두 실패로 돌아가자, 다시 그 역할을 안치용에게 맡긴 것이다.
마지막으로 임 훈을 9번 타순에 배치하면서 9번부터 5번까지 좌-우-좌-우-좌-우의 지그재그 타선이 완성된다. 롯데는 4차전서 좌완 에이스 장원준을 불펜 등판시켜 재미를 본 바 있다. 5차전에서도 중간계투로 등판시킬 전망. 다른 왼손 불펜 투수인 강영식과 이명우가 SK 타선을 견뎌낼지 미지수기에 장원준의 투입 여부가 더욱 중요해졌다.
5차전이 비로 하루 연기되면서 장원준이 던질 수 있는 공의 개수는 더 늘어났다. 롯데 양승호 감독 역시 22일 5차전이 비로 취소되자 "원래는 좌타자가 2명 있는 SK 2,3,4번 타순 정도만 상대하려 했지만, 하루 더 휴식을 취하면서 30~40개의 공을 던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투수와 타자의 좌-우 공식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지그재그로 배치될 경우 롯데 벤치는 장원준 기용에 있어 생각이 많아질 수 밖에 없다.
부산=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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