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어친 손아섭, 비난의 화살도 밀어냈다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1-10-21 09:47


SK와 롯데의 플레이오프 4차전이 20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렸다. 5회초 2사 2루 롯데 손아섭이 좌익수 앞 1타점 적시타를 치고 있다. 인천=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2스트라이크 후 정신을 차려보니 박진만 선배님이 보였어요."

플레이오프 첫 홈런을 기록한 이대호와 완벽한 호투로 팀 승리를 이끈 장원준의 빛에 가렸지만 손아섭도 충분히 MVP의 자격이 있었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팀을 구해낸 극적인 결승타의 주인공이었기 때문. 여기에 플레이오프 들어 자신에게 쏟아지던 비난의 화살을 모조리 꺾어버린 계기가 돼 기쁨이 두 배였다.

손아섭은 20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0-0으로 맞서던 5회초 2사 2루 상황서 타석에 들어서 상대선발 윤희상을 상대로 선취 1타점 적시타를 터뜨렸다. 바깥쪽 높게 들어온 포크볼을 욕심내지 않고 툭 밀어쳐 3루수와 유격수 사이를 꿰뚫었다. 팽팽한 투수전의 흐름을 깨는 값진 안타였다.

손아섭은 "타석에 들어서기 전 김무관 타격코치님께서 '밀어치라'는 조언을 해주셨다. 그런데 2스트라이크를 당할 때까지 그 말을 머리속에서 하얗게 잊고 있었다"고 했다. 극도의 긴장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헛스윙을 한 후 전광판 스트라이크 표시가 2개로 올라가는 순간 정신이 확 들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렸을 때 SK 유격수 박진만 선배님의 모습이 확 들어왔다"고 밝혔다. 그 때부터는 무조건 그쪽으로 공을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도 덧붙였다.

이 안타가 손아섭을 기쁘게 한 이유가 한 가지 더 있었다. 경기 전 만난 손아섭은 "정말 욕을 많이 먹은 것 같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1차전 결정적인 병살타에 이어 플레이오프 내내 찬스에서 초구를 공략해 아웃당하고 지나치게 큰 스윙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경기 후 마음의 짐을 조금은 덜어낸 모습이었다. 그는 "5차전에서도 조금 더 공을 보고, 팀에 도움이 되는 배팅을 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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