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이만수 감독대행, 안치용에게 세리머니를 약속하다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1-10-17 19:36


9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2011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기아와 SK의 2차전 경기가 열렸다. 7회말 무사 SK 안치용이 동점 좌월 솔로포를 치자 이만수 감독대행이 덕아웃을 박차고 나오며 환호하고 있다. 인천=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1.10.09/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하고, '치용'은 '만수'를 들뜨게 한다.

SK 이만수 감독대행의 특징이라면 역시 꾸밈없는 행동이다. 무언가 아쉬운 장면이 나올 때는 찌푸린 표정으로 한숨을 짓다가도 홈런과 같은 화끈한 장면이 나오면 벌떡 일어나 한쪽 팔을 높이 휘두른다. 메이저리그 시카고 화이트삭스 코치연수 시절에 들인 습관도 있지만, 이 감독은 원래 현역 시절부터 솔직하고 개성넘치는 행동으로 유명했다.

세월이 흐르고 흘러 이제 50대. 한국에서 단 8명 밖에 안되는 프로야구팀 감독이 됐지만, 여전히 이만수 감독대행은 꾸밈없이 행동한다. 그래서 지난 16일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안치용이 7회 투런홈런을 터트리자 덕아웃 앞쪽에서 한 팔을 힘차게 휘두르며 기뻐했다. 그 흥분이 남았는지 이 감독은 17일 플레이오프 2차전을 앞두고서도 전날 홈런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특히, 안치용이 홈베이스를 안밟고 지나쳤다가 이 감독의 지적을 받고 다시 밟은 장면을 언급하며 "내가 지켜보고 있어서 망정이지 큰일날 뻔했다"며 웃었다.

그때였다. 마침 안치용이 배팅훈련을 하려고 이 감독의 앞쪽으로 지나갔다. 이 감독은 장난스러운 웃음을 짓더니 대뜸 안치용을 불러세웠다. 전날의 짜릿했던 홈런을 다시 한번 부탁하기 위해서였다. 그 장면으로 함께 돌아가보자.

이 감독 : 치용아, 어이 치용아. 너 솔직히 어제 일부러 그랬지? 화면에 한 번 더 나오려고 홈 베이스 안 밟고 덕아웃에 오다가 다시 돌아가 밟은 거잖아.

안치용 : (천연덕스럽게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아닌데요.

이 감독 : 정말 아니야? 뭐 어쨌든 우리 치용이가 최고다. 치용아, 내가 기자분들한테 네 자랑 많이 했다. 오늘도 잘해라~

안치용 : (말없이 주먹을 쥔 한 손을 위로 막 휘두른다. 이만수 감독대행의 제스추어를 흉내내는 것이다.)


이 감독 : (껄껄 웃으며) 그래, 내가 제발 그렇게 하게 좀 쳐줘. 오늘 네가 또 홈런치면 이번엔 두 손 다 흔들어줄게.

안치용 : (씨익 웃으며) 알겠습니다. 기다려보세요.

드디어 원하던 다짐을 안치용으로부터 얻어낸 이 감독은 다시 한번 "너만 믿는다"며 2차전에서 안치용의 파이팅을 기원했다. 표정은 벌써 승자가 된 듯 했다.


부산=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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