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우-한기주 KIA 귀환병들의 의기투합, "5년전 한을 푼다"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1-10-09 11:31


6일 광주구장에서 벌어진 KIA-SK전에서 KIA 김진우가 8회 등판해 SK 타자들을 상대로 역투하고 있다.
광주=김재현 기자 basser@sportschosun.com 2011,10,06

11일 광주구장에서 벌어진 KIA-LG전 8회초 1사 1,2루의 위기상황에서 등판한 KIA 한기주가 경기를 승리로 이끌어 세이브를 기록한 후 좋아하고 있다.
광주=김재현 기자 basser@sportschosun.com 2011,08,11

"말하지 않아도, 눈빛으로 통했죠."

SK와 KIA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이 열린 10월8일. 경기 전 러닝 등으로 몸을 달군 두 남자의 심장은 강하게 요동쳤다. 단순히 힘껏 달렸기 때문은 아니다. 정확히 5년 전, 심장 안쪽 어딘가에 '한(恨)' 한 조각을 깊이 새겼기 때문이다. 멀고도 굽은 길을 돌고돌아 다시 가을 무대에 선 KIA의 '귀환병' 김진우와 한기주가 5년전 한을 풀기위해 눈빛을 맞췄다.

김진우와 한기주는 5년전 그날을 잊을 수 없다.
SK와 KIA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으로부터 딱 떨어지게 5년 전인 2006년 10월8일. 두 사람은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마운드에 함께 올랐다. 2006 시즌 3위 KIA와 4위 한화의 준플레이오프(2선승제) 1차전이 광주 무등야구장에서 열렸다. 당시 KIA 선발은 팀의 에이스였던 김진우, 그리고 신인 한기주는 마무리였다. 당대의 에이스와 신인 최고계약금 10억원을 받고 입단한 '슈퍼루키'가 포스트시즌 첫 무대에서 함께 힘을 모은 경기였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다. 김진우는 5⅔이닝 4안타 2실점을 기록하며 승패를 가르지 못한 채 2-2에서 내려갔다. 그 뒤를 이은 신용운이 1⅔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그러나 마지막 주자로 나온 신인 한기주가 눈물을 흘리고야 말았다. 8회 1사후 마운드에 나온 한기주는 1⅔이닝을 던져 1안타만 허용했다. 하지만, 신인 한기주는 9회초 뼈아픈 보크를 내주는 바람에 결국 희생플라이로 결승점을 헌납했고, KIA는 2대3으로 졌다. 3선승제로 치러진 2006 준플레이오프에서 KIA는 결국 1차전 패배를 만회하지 못한 채 1승2패로 탈락했다.

김진우-한기주의 포스트시즌 동반 등판은 이후 5년간 이뤄지지 못했다. 2007~2008 KIA는 포스트시즌에 연속 탈락했고,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2009년에는 김진우가 팀을 이탈한 상태였다. 한기주도 한국시리즈 이후 팔꿈치 수술을 받아 20개월을 재활에 매달려야 했다. 김진우에게나 한기주에게나 매우 지난한 세월이었다.

그러나 긴 기다림 끝에 결국 이 두 거물투수들은 다시 가을잔치 무대에서 재회했다. 5년전에는 실패했지만, 이제는 힘을 합쳐 팀에 승리를 안겨줘야 한다. 공교롭게 이번 준플레이오프 기간 김진우와 한기주는 원정숙소에서 각자 입단 후 처음으로 같은 방을 쓰게 됐다. 기묘한 인연이 아닐 수 없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하루 앞둔 지난 7일 밤, 이들은 5년전 한을 남긴 그날을 추억하며 조용히 눈빛을 교환했다. '이번에는 이겨보자'는 메시지가 담긴 사나이들의 대화였다. 김진우는 "말이 필요없습니다. 우리 모두 각오 단단히 하고 있어요"라고 후배와의 결의를 표현했다. 8일 1차전에서 둘은 등판기회를 얻지 못했다. 그러나 김진우와 한기주의 의기는 이미 단단히 뭉쳐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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