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두산 LG, 5위 싸움 뜨겁다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1-10-02 20:41


가을잔치 초대권과 상관없는 번외 싸움이 뜨겁다.

두산, LG, 한화의 5위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2일 잠실에서 두산이 LG를 꺾고, 목동에서는 한화가 넥센을 눌러 3팀은 1경기차 이내에서 5~7위를 형성했다. 잠실 경기는 두산의 일방적인 흐름이었다. 두산은 투타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며 이틀 연속 LG를 대파했다. 두산은 이미 이번 잠실 3연전을 앞두고 총력전을 선언한 상황. 두산 그룹 박용곤 명예회장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잠실을 찾아 응원을 보냈다. 한화 역시 넥센을 상대로 경기 막판까지 집중력을 발휘하며 끈기넘치는 싸움을 이어갔다. 한화 한대화 감독의 치열한 신경전과 꼼꼼한 용병술도 볼만했다.

김선우의 KO승과 벤치클리어링

두산 김선우와 LG 박현준의 올시즌 3번째 에이스 맞대결. 지난 두 차례 만남에서는 승자를 가리지 못했다. 5월3일과 7월2일, 두 번 만나 양팀은 1승씩을 주고 받았다. 2경기서 박현준은 18이닝 3실점, 김선우는 13이닝 2실점을 마크했다. 그러나 이날은 김선우의 완벽한 승리. 김선우는 6이닝 5안타 1실점의 호투로 시즌 16승에 성공했다. 1회 1점을 내줬을 뿐, 변화구 위주의 볼배합으로 LG 타자들을 압도했다. 아웃카운트 18개 가운데 땅볼이 10개나 됐을 정도로 낮게 제구된 변화구가 일품이었다. 반면, 박현준은 직구 최고 속도가 143㎞에 머물렀고, 주무기인 포크볼과 슬라이더의 떨어지는 각도도 밋밋했다. 피안타 5개 가운데 4개가 변화구를 맞은 것. 4사구도 5개로 제구력 또한 불안했다. 2⅔이닝 5안타 5실점. 선발 싸움에서 두산이 승세를 굳힌 셈이었다.

하지만 경기 양상과는 달리 경기장 분위기는 뜨거웠다. 두산이 10-1로 크게 앞선 7회말 2사후 오재원의 타석. LG 투수 유원상이 볼카운트 0-1에서 2구째 오재원의 머리로 날아드는 직구를 던졌다. 오재원은 가까스로 공을 피했고, 공은 방망이를 맞고 파울이 됐다. 화를 참지 못한 오재원이 유원상을 향해 덤벼들려 하자, LG 1루수 이택근이 쏜살같이 달려와 몸싸움이 벌어졌다. 순식간에 양팀 선수들이 덕아웃을 박차고 뛰쳐나와 그라운드는 아수라장이 됐다. 불상사는 없었으나, 임채섭 주심은 사태 후 양팀 덕아웃에 주의를 줘야 했다. 라이벌전에서는 언제나 일촉즉발의 위기감이 감돈다.

한대화 감독의 날 선 어필

한 감독은 경기전 "류현진의 향후 등판 가능성은 모른다"고 했다. 2위 수성이 목표인 롯데와의 시즌 마지막 3연전서 5위의 향방이 결정나기 때문에 신중을 기하겠다는 의미. 한 감독은 "빨리 2위를 결정짓지 못하고 우리하고 만나면 급한 쪽은 롯데지 우리겠느냐"고 애써 태연해 했지만 초조함을 감추지는 못했다. 한 감독의 간절함은 경기 중에도 드러났다. 7회초 2사 만루. 장성호가 넥센 이보근과의 대결에서 볼카운트 1-2까지 몰고갔다. 3-3으로 팽팽한 균형을 이루고 있는 터라 결승점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 이보근이 4구째를 던진 뒤 체크스윙 상황이 나왔다. 넥센 포수 허도환이 오석환 3루심에게 '콜'을 요청했고, 오 심판은 스윙을 선언했다. 순간 한 감독이 그라운드로 걸어나왔다. 한 감독은 "공과 배트가 교차하지도 않았고, 배트 끝이 돌지도 않아 스윙에 걸릴 만한 게 전혀 없었다"며 강력하게 항의했다. 의례적인 '어필' 수준이 아니었다. 심판과의 충돌도 감수하려는 듯 적잖이 흥분하며 한동안 물러서지 않았고, 이종두 수석코치가 간신히 말렸다. 이후 장성호는 볼을 한 개 더 골라낸 뒤 유격수 플라이로 물러났다. 체크스윙이 아니었다면 밀어내기 1점을 얻을 수 있었다. 그래서 한 감독의 흥분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힘겹게 승리했기에 망정이지 한 감독에게 정말 아찔한 순간이었다.
목동=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잠실=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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