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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장영석과 정민태 투수코치, 이들이 그리는 그림은?

남정석 기자

기사입력 2011-09-30 19:57


◇넥센 장영석(오른쪽)이 정민태 투수코치가 지켜보는 가운데 연습투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넥센 히어로즈

"회초리 몰라?" "파리채처럼 탁 잡아 채야지!"

전날 온 비로 한층 쌀쌀해진 30일 목동구장, 연습을 끝낸 넥센 선수들이 모두 라커룸으로 들어가 텅빈 3루측 그라운드에 혼자서 공을 뿌리는 선수가 있었다. 최근 타자에서 투수로 전향한 장영석, 그리고 그 옆은 정민태 투수 코치가 버티고 서 있다.

장영석은 지난 21일 LG전에서 1군 무대 첫 등판을 했다. 1이닝동안 4명의 타자를 상대해 2개의 사사구를 내줬지만, 더블 플레이도 유도하는 등 나름대로 잘 버티며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하지만 이어 나온 23일 삼성전에선 1이닝동안 안타 2개에 사사구 2개 등을 묶어 무려 4실점이나 했다. 호된 신고식이었던 셈.

장영석에게 올 시즌은 일종의 시험 무대다. 시즌 후 피나는 동계훈련을 통해 내년부터 본격적인 승부수를 던져야 하는 상황. 투구폼부터 시작해 처음부터 아예 새롭게 배우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기에 프로 1군에선 좀처럼 보기 드문 광경이 펼쳐졌다. 코치들은 어지간하면 1군 정도의 무대에서 뛰는 선수의 폼에 대해선 지적하지 않는다. 평생 자신의 몸에 밴 자연스런 동작인데다, 괜히 건드렸다가 오히려 몸의 밸런스를 망칠 수 있기 때문.

하지만 정 코치는 장영석의 연습 투구를 보며 일일이 수정을 가하고 있었다. 정 코치는 장영석의 팔 스윙이 뻣뻣하자 "팔이 배트가 아니라 회초리와 같다고 생각해야지"라며 팔의 스윙을 지적했다. 또 "공을 뿌릴 때는 파리채를 내려치는 것처럼 탁 잡아 채야지"라며 언성을 높였고, 몸을 충분히 앞으로 끌고 나와서 공을 던지라며 계속 강조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장영석이 정 코치의 '원 포인트 레슨'을 그대로 따라하자 포수 미트에 꽂히는 공의 위력이 점점 살아났다. "그렇지, 잘 했어!" "좋아" 라는 정 코치의 격려가 쏟아지는 것은 당연지사. 하지만 몸에 밴 동작이 아니라서 그런지 투구가 한결같지 못하자 또 다시 정 코치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바람까지 불어 쌀쌀한 기온임에도 땀을 흥건히 쏟아낸 후에야 장영석은 훈련을 끝마칠 수 있었다. 정 코치는 "아직 배울게 많다"면서도 "가능성 하나만큼은 최고다. 내년 1군 라인업에 들 수 있도록 잘 키워보겠다"고 말했다.

장영석은 "언제 정 코치님과 같은 최고 투수에게 이런 조언을 들을 수 있겠냐"며 "하나하나 잘 새겨 투수로 꼭 성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흰 도화지 위에 새로운 그림을 그리고 있는 장영석과 정 코치, 이들이 만들어낼 작품이 '명화'가 될지, 아니면 '졸작'에 그칠지 지켜볼 일이다.
목동=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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