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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두산을 경악케 한 김진우의 '최동원 커브'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11-09-30 15:20


공포의 폭포수 커브를 되살린 김진우가 포스트시즌 KIA 불펜의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29일 잠실 두산전 8회 2사후 등판해 4타자를 상대로 탈삼진 3개를 포함, 퍼펙트로 막은 김진우의 역동적 투구 모습.
잠실=조병관 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2011.09.29/

두산과 KIA의 2011 프로야구 경기가 29일 잠실 야구장에서 펼쳐 졌다. 8회 2사후 등판 두산 타선을 간단히 처리한 김진우가 포수 이성우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잠실=조병관 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2011.09.29/

그야말로 공포의 커브였다.

김진우가 포스트시즌을 앞둔 KIA 마운드에 희망을 던졌다. 29일 잠실 두산전. 5-1로 앞선 8회 2사후 등판한 김진우는 1⅓이닝 동안 4타자를 완벽하게 봉쇄했다. 9회 등장한 정수빈-임재철-오재원을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두번째 삼진의 희생양이 된 선수는 산전수전 다 겪은 두산 베테랑 외야수 임재철. 그는 김진우의 커브에 대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인사하고 나왔다."

임재철은 "머리쪽으로 크게 떨어지는 공이 들어오면 타자는 무의식 중에 몸을 웅크리게 돼있다. 변화가 심해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하면 선수끼리 '타자가 인사하고 나왔다'고 말하는데 어제 진우 커브가 꼭 그랬다"고 증언했다. 오랜만의 김진우와 맞상대. 김진우가 1군에 복귀한 올시즌 임재철은 재활중이었다. 29일 경기가 수년만의 첫 만남이었다. 그는 김진우와의 맞상대를 이렇게 재구성했다. "초구 슬라이더가 볼이 됐어요. 그래서 직구가 올거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바깥쪽 커브 스트라이크가 오더라구요."

임재철에게 공포감을 심어준 공은 3구째 커브였다. "커브가 머리쪽으로 오길래 보지도 않고 타석에서 피했죠. 그런데 그 볼이 바깥쪽 스트라이크가 되더라구요. 통상 그 정도 높이면 무조건 하이볼이 돼야 하는데 말이죠. 그 다음볼도 커브에 당했어요."

SBS ESPN 안경현 해설위원의 증언이다. "현역시절에 김진우가 몸쪽 커브를 던지면 (머리에 맞을 것 같아) 그냥 주저 앉았다. 그런데 정신차리고 보면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와 있었다."

안 위원의 기억 속에 생생히 살아있는 김진우표 폭포수 커브가 완벽하게 되살아난 셈이다.

"'최동원 커브'였다."


각도와 스피드에서 역대 최고의 커브를 던진 주인공. 고인이 된 최동원 전 한화 감독이다. 추모 열기와 맞물려 두고두고 회자되는 '최동원표 커브'다.

임재철은 "진우 커브가 마치 최동원 감독님의 커브 같았다. 우리팀 (김)상현이 커브 각도도 아주 좋은데 스피드는 진우만큼 빠르지 않다. 하지만 진우는 각도가 엄청나게 큰데다 스피드도 130km대로 빨라서 공략하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내가 한화에 있을 때 김진우는 주로 직구, 커브만 던졌는데 그 때는 오히려 칠만 했다. 커브만큼은 지금이 더 좋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덧붙여 "커브 제구를 어제처럼만 할 수 있으면 포스트시즌 올라가도 상대팀 타자들이 공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확신했다. 다만 그는 "통상 커브가 제구가 안되면 타자는 바로 직구를 노리는데 계속 커브를 스트라이크에 던질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김진우가 극복해야할 과제는 큰 경기, 타이트한 상황이 가져올 심리적 압박감이다. 29일 경기는 8-1 큰 점수차 리드 속에 나선 '편안한' 경기였다. 포스트시즌 분위기와는 딴 판이다. 공 하나에 승부가 좌우될 수 있는 긴박한 상황에서 자신의 커브를 자신있게 스트라이크존에 꽂아넣을 수 있느냐는 지켜봐야 할 문제다. 커브의 위력을 배가시킬 포심 패스트볼의 스피드와 제구력이 아직까지는 완벽하지 않다는 점이 불안요소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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