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판에서 여당, 야당을 막론하고 단일화 문제가 온통 화제가 되고 있는 시기다. 그런데 삼성 류중일 감독도 'MVP 후보 단일화'를 놓고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한편 타자 최형우도 가능성이 있다. 홈런 단독선두(29개)인 최형우는 장타율(0.614)에서도 1위에 랭크돼있다. 타점 부문에선 110개로 112개의 롯데 이대호를 거의 따라붙었다. 최형우가 3관왕을 차지한다면 그 또한 유력한 후보가 된다.
문제는 한 팀에서 두 명의 후보가 나오면 표가 분산된다는 것이다. 이대호가 홈런왕 타이틀을 따내지 못한다면, 또다른 강력한 MVP 후보는 KIA 투수 윤석민이다. 다승, 방어율, 승률, 탈삼진 등 4관왕이 유력한 상태.
류중일 감독은 이날 "후보가 둘이라 표가 갈라질 수 있다. 오승환이 만약 48세이브로 아시아신기록을 세우면 MVP가 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취재진에게 되물었다. 이어 "가위바위보라도 하라고 그래야겠다"면서 웃었다.
이어 현명한 결말을 냈다. 류 감독은 "형우가 홈런왕과 타점왕을 못하면 형우가 사퇴하고, 오승환이 48세이브를 못하면 오승환이 사퇴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류 감독이 정한 기준을 채우지 못한 선수가 언론을 통해 다른 선수에게 표를 밀어줄 것을 부탁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래도 고민은 남는다. 두 선수 모두 목표를 달성할 경우 어떻게 해야할 지 난감해진다.
류 감독은 삼성이 전후기 통합우승을 차지한 85년에 이만수 SK 감독, 김시진 넥센 감독, 고 장효조 삼성 2군 감독 등 뛰어난 후보들이 많았지만 표가 갈리면서 MVP를 김성한 전 KIA 감독에게 넘겨줬다고 설명했다. 93년에는 양준혁이 신인상과 MVP를 모두 차지할만한 성적이었지만 양보를 한 덕분에 김성래 현 삼성 코치가 MVP를 획득했다고 말했다.
인천=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