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첫 선발' LG 임찬규, "최대한 길게 던지고 싶어요"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1-09-30 13:41


LG 임찬규. 스포츠조선 DB

"벤치에서 맡겨주는데까지 최대한 길게 던지고 싶어요."

LG 신인 임찬규가 데뷔 첫 선발 등판을 눈앞에 뒀다. 지난 24일 잠실 SK전에서 1⅓동안 3실점한 뒤 마운드에 오르지 않았다. 이날 투구수는 50개. 하지만 다음날에도 불펜에서 160개가 넘는 공을 던졌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불펜피칭이었지만,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선발로 긴 이닝을 던지기 위해서다.

임찬규는 1일 잠실 두산전에 일찌감치 선발로 내정됐다. 지난주 박종훈 감독은 경험을 쌓도록 하기 위해 시즌 막판 임찬규에게 선발 기회를 줄 것을 시사한 바 있다. 패전처리로 시작한 첫 시즌, 임찬규는 신인답지 않은 당찬 피칭으로 필승조와 마무리 투수까지 오갔다. 신인으로서는 흔치 않은 기회였지만, 마무리 보직의 부담감을 견뎌내지 못했다. 결국 송신영이 온 뒤로는 롱릴리프로 보직을 옮겼다. 그는 부침을 겪으면서 파란만장한 데뷔 첫 시즌을 보냈다. 올시즌 성적은 9승4패 7세이브 방어율 3.79. 성적 외에 다른 수확도 있다. 올시즌 한차례도 2군으로 내려가지 않고, 1군에서 풀타임을 뛰었다.

임찬규가 남은 시즌 선발승을 거둔다면 LG는 준우승을 차지한 97년 이후 14년 만에 10승 투수 4명을 배출하게 된다. 당시엔 김용수(12승) 임선동(11승) 차명석(11승) 이상훈(10승)이 두자릿수 승수를 올렸다. 올시즌은 30일 현재 박현준(13승) 주키치(10승) 리즈(10승)가 두자릿수 승수를 기록중.

93년 롯데에 이어 사상 두번째로 10승 투수 4명을 배출하고도 포스트시즌에 가지 못한 팀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팀과 코칭스태프는 임찬규의 10승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임찬규는 선발 자원이다. 가까운 미래에 선발진에 진입하려면 경험은 필수다. 본인에게도 자신감을 회복하고, 미래에 대한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좋은 계기다. 게다가 입단 첫 해 10승을 기록한 선수는 지난 2006년(류현진 18승, 장원삼 12승, 한기주 10승) 이후 한명도 없었다.

임찬규는 29일 목동 넥센전에 앞서 또다시 51개의 공을 던졌다. 불펜피칭 뒤 그는 "승패에 연연하지 않고 씩씩하게 던지겠다"면서 "얼마나 던질지는 모르지만, 벤치에서 맡겨주는데까지 최대한 길게 던지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임찬규는 25일과 29일 불펜 피칭을 통해 흐트러진 투구 밸런스와 제구력을 잡는데 집중했다. 최근 좋지 않았던 모습은 금세 털어낸 모습. 긴장하지 않고 부담없이 자기 공을 던지겠다는 그다. 롤러코스터 같은 첫 시즌, 그토록 원하던 선발 기회까지 잡았다. 데뷔 첫 선발 등판에서도 당차게 공을 뿌릴 수 있을까.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