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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한대화 감독 "2위 빨리 끝내라" 발언의 의미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1-09-30 10:07


롯데와의 최종 3연전을 앞두고 있는 한화 한대화 감독은 2위 자리가 빨리 결정나기를 바리고 있다. 스포츠조선 DB


한화 한대화 감독(51)은 최근 2위 경쟁의 윤곽이 드러나자 살짝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29일 SK가 삼성과의 연장 접전 끝에 무승부에 그치면서 2위 롯데와의 한 게임 승차를 좁히는데 실패한 게 결정적이다.

29일 현재 SK는 남은 6경기를 모두 이기더라도 롯데가 남은 4경기를 전승하면 자력으로 2위를 할 수 있다. 롯데가 4경기에서 반타작만 하더라도 SK는 5승1패 이상을 거둬야 하기 때문에 크게 불리하다.

이변이 없는 한 롯데의 2위가 굳혀지는 분위기다. 한 감독이 기대해왔던 그림이다. 6위인 한화가 딱히 SK는 못되고, 롯데가 잘되기를 바라서가 아니다. 한 감독 나름대로 두 가지 계산법이 있기 때문이다.

한화는 올시즌 마지막 일정으로 다음 주중에 롯데와의 3연전을 치러야 한다. 이를 두고 한 감독은 "제발 SK든, 롯데든 2위 자리를 빨리 결정짓고 롯데와 우리가 만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먼저 한 감독의 깊은 속마음은 동갑내기 친구인 롯데 양승호 감독과 괜히 부담스러운 단계에서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한 감독과 양 감독은 과거 현역 시절 맞트레이드 사건으로 인연이 더 깊다.

이런 양 감독과 2위가 걸린 막판 3연전을 치렀다가는 사실 얻을 게 없을 공산이 크다. 롯데에 패해 2위를 확정지어주면 친구라고 봐주기했다는 오해를 받기 십상이다. 그렇다고 무자비하게 롯데의 앞길을 막자니 이제 프로 사령탑에 데뷔한 친구 얼굴이 눈에 밟히는 게 인지상정이다.


28일 홈 최종전이었던 LG전에서 승리하고도 마음이 편치 않았던 한 감독이다. 5위를 목표로 삼은 이상 5위 경쟁 상대인 LG를 반드시 이겨야 했다. 하지만 상대 사령탑이 절친 선배 박종훈 감독(52)이었다. 1982년 세계선수권 우승때 함께 태극마크를 단 두 감독은 1983년 OB(현 두산)에 나란히 입단하면서 프로생활을 시작했고, 1994∼1996년에는 LG 코치(박종훈)와 선수로 정을 나눈 사이다.

그런 두 감독이 피할 수 없는 최종전을 치르게 되자 주변에서는 "대단한 타이틀이 걸린 것도 아니고,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이냐"고 안타까워했다.

겉보기와 달리 마음이 여리디 여린 한 감독으로서는 박 감독을 만났을 때 가졌던 복잡한 심경을 롯데전에서 또 경험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 한 감독에게는 5위를 노림수도 있다. 29일 현재 한화는 5위 LG에 반 게임 차로 바짝 따라붙었다. 2년 연속 최하위를 한 터라 6위까지만 하더라도 부끄럽지 않은 성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4강 언저리에서 시즌을 마감한 것과 느낌이 다르다. 특히 꼴찌에서 4강 문턱까지 올라가는 뚝심을 보여주는 게 선수들에겐 내년을 위한 자극이 되고, 팬들에겐 올시즌 뜨거운 성원에 대한 보답이다. 그래서 5위를 목표로 잡았다.

오히려 한화가 막판까지 5위 싸움을 전개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롯데가 2위를 빨리 확정한 뒤 만나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한화로서는 '너 죽고, 나 살자'고 달려드는 롯데를 피할 수 있다.

한화가 롯데와의 3연전에서 2승1패를 한다고 가정할 때 롯데는 1승으로 2위 확정하고, 한화는 2승으로 5위에 오른다면 최상의 시나리오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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