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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현재 SK는 남은 6경기를 모두 이기더라도 롯데가 남은 4경기를 전승하면 자력으로 2위를 할 수 있다. 롯데가 4경기에서 반타작만 하더라도 SK는 5승1패 이상을 거둬야 하기 때문에 크게 불리하다.
이변이 없는 한 롯데의 2위가 굳혀지는 분위기다. 한 감독이 기대해왔던 그림이다. 6위인 한화가 딱히 SK는 못되고, 롯데가 잘되기를 바라서가 아니다. 한 감독 나름대로 두 가지 계산법이 있기 때문이다.
한화는 올시즌 마지막 일정으로 다음 주중에 롯데와의 3연전을 치러야 한다. 이를 두고 한 감독은 "제발 SK든, 롯데든 2위 자리를 빨리 결정짓고 롯데와 우리가 만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먼저 한 감독의 깊은 속마음은 동갑내기 친구인 롯데 양승호 감독과 괜히 부담스러운 단계에서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한 감독과 양 감독은 과거 현역 시절 맞트레이드 사건으로 인연이 더 깊다.
이런 양 감독과 2위가 걸린 막판 3연전을 치렀다가는 사실 얻을 게 없을 공산이 크다. 롯데에 패해 2위를 확정지어주면 친구라고 봐주기했다는 오해를 받기 십상이다. 그렇다고 무자비하게 롯데의 앞길을 막자니 이제 프로 사령탑에 데뷔한 친구 얼굴이 눈에 밟히는 게 인지상정이다.
28일 홈 최종전이었던 LG전에서 승리하고도 마음이 편치 않았던 한 감독이다. 5위를 목표로 삼은 이상 5위 경쟁 상대인 LG를 반드시 이겨야 했다. 하지만 상대 사령탑이 절친 선배 박종훈 감독(52)이었다. 1982년 세계선수권 우승때 함께 태극마크를 단 두 감독은 1983년 OB(현 두산)에 나란히 입단하면서 프로생활을 시작했고, 1994∼1996년에는 LG 코치(박종훈)와 선수로 정을 나눈 사이다.
그런 두 감독이 피할 수 없는 최종전을 치르게 되자 주변에서는 "대단한 타이틀이 걸린 것도 아니고,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이냐"고 안타까워했다.
겉보기와 달리 마음이 여리디 여린 한 감독으로서는 박 감독을 만났을 때 가졌던 복잡한 심경을 롯데전에서 또 경험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 한 감독에게는 5위를 노림수도 있다. 29일 현재 한화는 5위 LG에 반 게임 차로 바짝 따라붙었다. 2년 연속 최하위를 한 터라 6위까지만 하더라도 부끄럽지 않은 성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4강 언저리에서 시즌을 마감한 것과 느낌이 다르다. 특히 꼴찌에서 4강 문턱까지 올라가는 뚝심을 보여주는 게 선수들에겐 내년을 위한 자극이 되고, 팬들에겐 올시즌 뜨거운 성원에 대한 보답이다. 그래서 5위를 목표로 잡았다.
오히려 한화가 막판까지 5위 싸움을 전개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롯데가 2위를 빨리 확정한 뒤 만나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한화로서는 '너 죽고, 나 살자'고 달려드는 롯데를 피할 수 있다.
한화가 롯데와의 3연전에서 2승1패를 한다고 가정할 때 롯데는 1승으로 2위 확정하고, 한화는 2승으로 5위에 오른다면 최상의 시나리오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