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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수경, 745일만의 승리가 준 두가지 선물

신보순 기자

기사입력 2011-09-29 14:50


28일 인천 SK전에서 승리투수가 된 김수경(오른쪽에서 두번째)이 경기가 끝난 뒤 활짝 웃으며 강정호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인천=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작년 4월의 일이다. 운동장에서 만난 넥센 김시진 감독은 표정이 밝지 못했다. "오늘 (김)수경이가 2군에 내려갔어요. 마음이 아프네. 본인이 스스로 내려가겠다고 하더라구요."

김수경은 개막후 단 1경기에 나선 상황이었다. 4월6일 대구 삼성전에 선발 등판, 3⅓이닝 동안 4실점을 했다. 그 경기 뒤 정민태 투수코치에게 2군행을 자청했다.

당시 김 감독은 "왜 싸워보지도 않고 포기하느냐"라고 했다. 김수경은 "후배들에게 짐이 됩니다. 제 자신이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그 때 김 감독도, 김수경도 잃었다. 김 감독은 선발 마운드의 베테랑을, 김수경은 자신감을 잃었다.

지난 28일, 김수경이 무려 745일만에 승리투수가 됐다. SK타선을 상대, 6⅓이닝 3안타 무실점으로 2년여 만에 승리를 맛봤다. 2009년 9월13일 대전 한화전 이후 처음이었다.

그 경기 뒤 김수경은 이렇게 입을 열었다. "1승을 거뒀다는 것보다 선발투수로서의 존재감을 확인했다는 게 수확입니다." 이어 "스피드는 떨어졌지만 그 공을 자신있게 던지니까 달라지더라구요"라고 했다. 2년전에 잃은 자신감을 찾은 것이다.

김 감독은 그 경기에 대해 "김수경의 4, 5회 슬라이더는 4~5년전의 모습 같았다"며 웃었다. 4년전이면 김수경이 12승을 거뒀을 때다. 직구와 슬라이더가 기가막혔다. 그 때의 모습을 봤다면, 기대가 생길만 하다. 내년 선발마운드의 중심을 되찾은 기분이었을 것이다.

결국 이날 승리는 큰 2개의 선물을 줬다. 젊은 넥센 마운드에 베테랑을, 그 베테랑에 자신감을 심어줬다. 너무나 큰 수확이다.


사실 6월 1군 복귀 뒤, 지독히 승운이 따라주지 않았던 김수경이다. 9번의 선발등판에서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3번이나 기록했었다. 하지만 불펜과 타선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 그래도 "2군에 있을 땐 이대로 끝나나하는 생각이 많았어요. 그런데 1군에서 다시 선발로 뛸 수 있다는 희망에 행복합니다"라며 웃었다. 다시 마운드에, 그것도 선발로 뛴다는 것 하나가 기쁘고 좋을 뿐이었다. 승리는 그 다음이었다.

그런데 승리 뒤, 욕심이 붙었다. 김수경은 "지금 공에 스피드가 2~3㎞만 더 붙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네요. 시즌이 끝난 뒤 숙제지요"라고 했다. 새로운 희망에 부풀어있는 김수경이다. 그런 욕심이라면, 얼마든지 부려도 좋을 듯 하다.
신보순 기자 bsshi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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