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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고의4구 3개, 삼성은 왜 초강수를 뒀나

김남형 기자

기사입력 2011-09-29 22:11


여유있는 우승팀의 경기가 아니었다. 삼성은 29일 SK와의 인천 원정경기에서 단기전을 방불케하는 총력전을 펼쳤다. 경기 초반 삼성 모상기가 SK 선발 고효준이 던진 공을 공략하고 있다. 투수와 타자의 역동적인 움직임과 달리 구심은 꼼짝도 않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인천=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어라? 분명 이틀전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한 팀인데….

삼성이 29일 문학 SK전에서 그야말로 총력전을 펼쳤다. 이미 우승을 확정한 팀답지 않게 필승 패턴의 투수를 올렸고, 고의4구까지 등장했다.

3-2로 앞서가던 삼성은 7회에 셋업맨 정현욱이 홀드에 실패하며 3-3 동점을 허용했다. 그후 SK의 8회말 공격. 삼성은 정인욱을 올렸다. 정인욱은 현재 삼성 투수진 가운데 직구 구위가 가장 좋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대개 시즌 막판에 우승을 확정한 팀은 아무래도 경기를 슬슬 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날의 삼성은 정인욱을 올리면서 승리 의지를 표출했다. 마치 벌써 포스트시즌을 치르는 것처럼 느껴질 만큼 총력전이었다.

고의4구=이기겠다는 의지

실은 정인욱도 던질 타이밍이 됐다. 지난 23일 대구 넥센전에서 7이닝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된 게 마지막 등판이었다. 어차피 삼성은 선발 가용 자원이 넉넉한 편이라 정인욱과 배영수가 1~2이닝을 던지는 셋업맨 형태로 기용되곤 했다. 여기까지는 크게 희한할 것도 없다.

그런데 더욱 눈에 띄는 상황이 벌어졌다. 정인욱 등판후 두번째 이닝인 9회. SK가 안타와 2루 땅볼로 1사 2루 찬스를 만들었다. 이 대목에서 삼성 벤치는 정인욱에게 고의4구를 지시했다. 정상호가 걸어나갔다.

정상호가 이날 앞선 타석에서 홈런을 기록하긴 했지만, 삼성이 독하게 마음 먹지 않았다면 굳이 고의4구를 택하진 않았을 것이다. 이 상황에서 1루를 채우는 건, 삼성이 이날 경기에서 연장전까지 가더라도 이기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이다. 삼성은 연장 10회에도 1사 3루 위기에 놓이자 이호준과 박정권 등을 고의4구로 내보내는 초강수를 뒀다. 작전은 성공했다.

류중일 감독 "우린 하던대로 한다"


이날 경기전 삼성 류중일 감독은 "우리 스타일대로, 하던대로 하겠다"고 강조했다.

삼성은 우승을 확정했지만 2위 자리를 놓고 롯데와 SK가 여전히 경쟁중이다. 물론 롯데가 조금 유리한 상황이지만 누구도 결말을 확신할 수 없다. 류중일 감독은 "우리가 우승했다고 슬슬 한다면 롯데 입장에선 또 어떻겠는가"라고 말했다. 2위 경쟁에 개입해 캐스팅보트를 행사하는 것처럼 보여 오해를 사는 게 싫다는 의미였다.

류중일 감독은 요즘, 지난 84년 삼성이 한국시리즈 파트너를 일부러 롯데로 골랐다가 3승4패로 패했던 과거사를 자주 언급한다. 특정 팀을 시리즈 파트너로 원한다 해도 결과는 아무도 모르고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으니 그냥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이다.

또하나, 삼성은 최형우가 홈런왕과 타점왕, 오승환이 48세이브 아시아신기록, 정현욱이 홀드왕 등을 위해 막판까지 열심히 뛰어야하는 입장이다. 즉 계속해서 이기는 패턴의 경기를 추구해야하는 것이다. 게다가 SK는 어쨌든 잠재적인 시리즈 파트너 후보다. 접전 게임에서 지금 지면 나중에도 질 수 있다는 의식이 밑바탕에 깔려있을 것이다.

경기 결과를 떠나 마치 삼성과 SK가 순위결정전을 하는 것 같은 분위기였다.


인천=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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