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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욱 "나는 '삐꾸'였다. 그래서 잊을수 없다"

김남형 기자

기사입력 2011-09-29 11:33 | 최종수정 2011-09-29 11:33


팀내 투수 최고참이지만, 삼성 정현욱은 여전히 전력질주를 한다. 정현욱이 생애 첫 타이틀홀더가 될 기회를 잡았다. 스포츠조선 DB

삼성 최고참투수 정현욱이 생애 첫 타이틀홀더가 될 기회를 잡았다.

정현욱은 28일 현재 23홀더를 기록중이다. SK 정우람이 22홀드로 2위를 달리고 있다. 홀드는 세이브와 성립 요건 자체는 똑같지만 셋업맨들이 얻게 되는 기록이다.

올해 만 33세인 정현욱은 '아주 오래 된 투수'다. 96년 신인이다. 1군 무대에는 98년에 데뷔했다. 그런 그가 올해 처음으로 타이틀을 차지할 기회를 얻었다. 누구에겐가는 타이틀 한두개 쯤은 우스운 일일 수도 있지만, 정현욱에겐 이 자체로 감개무량한 도전이다.

정현욱은 "나는 옛날에 '삐꾸'였다"고 말한다. 보통 야구인들은 'B급'의 일본어 발음인 '비큐'가 변형되면서 '삐꾸'라는 말로 굳어진 것 같다고 말한다. 한 마디로 별볼일 없는 투수였다는 의미다. 정현욱이 본격적으로 각광받기 시작한 건 2008년부터였다. 그후 2009년의 제2회 WBC에서 빛나는 삼진쇼를 펼치면서 '국민노예'로서 성실한 이미지를 굳힐 수 있었다.

정말 오래 된 투수지만, 팬들의 기억에 강렬한 인상을 심은 건 얼마 되지 않은 셈이다. 그래서 정현욱에겐 서른세살에 찾아온 지금의 기회가 너무나 소중하다.

정현욱은 "삐꾸였던 시절이 자꾸 기억난다"고 했다.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그때처럼 존재감 없는 투수로 돌아가기 싫어서다. 한화 류현진처럼 데뷔 첫해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에이스로 부상한 투수도 있다. 반면 정현욱은 십수년의 세월 동안 피나는 노력을 한 끝에 지금의 위치까지 올 수 있었다. '삐꾸'였던 시절, 자신이 얼마나 초라했는 지를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다시 그때로 돌아갈 수는 없다.

또하나, '삐꾸' 시절을 벗어나기 위해 기울였던 노력을 잊지 않기 위해서다. 정현욱은 "나는 천재가 아니었다"고 말한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연봉을 받기 위해, 가족을 위해 더 든든한 입지를 구축하기 위해, 야구선수로서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해왔던 노력을 앞으로도 게을리하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정현욱은 여전히 투수조에서 가장 훈련을 열심히 하는 본보기가 되는 최고참 선배다.

정현욱은 "작년에도 막판까지 홀드 경쟁을 했었는데 어느 순간 지나치게 의식해서인지 성적이 나빠졌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삐꾸'였던 것이다. 이번엔 꼭 타이틀을 따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덧붙인 한가지. "올해 승환이가 세이브를 많이 올리고 팀도 성적이 좋다. 그런데 불펜 중간계투 투수들이 많은 역할을 한 게 잘 알려지지는 않은 것 같다. 그 점을 팬들이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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