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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우승이 색다른 이유, 모두가 초보

김남형 기자

기사입력 2011-09-29 10:56 | 최종수정 2011-09-29 10:56


사진 왼쪽부터 삼성 라이온즈 김 인 사장, 송삼봉 단장, 류중일 감독. 스포츠조선 DB

삼성은 이번 정규시즌 우승을 통해 색다른 기록을 남기게 됐다. 사장-단장-감독이 모두 '초짜'인 상황에서 우승을 일궈냈기 때문이다.

삼성은 지난해 12월 6년만의 프런트 수뇌부 교체를 단행했다. 전임 김응용 사장이 물러나고 삼성 SDS 출신의 김 인 사장이 새로운 수장으로 임명됐다. 아울러 전임 김재하 단장이 퇴진하고 송삼봉 신임단장이 내부 승진했다. 그후 한달이 지나지 않아 류중일 신임 감독이 선동열 전 감독의 뒤를 이어 발령을 받았다.

보기 드문 사례였다. 불과 한달 이내에 야구단의 사장, 단장, 감독이 모두 바뀌는 일은 좀처럼 없다.

이같은 구단의 대폭적인 변화는 다소 우려를 낳은 것도 사실이다. 특히 김 인 신임사장이 야구단과 관련해선 거의 문외한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삼성은 프런트와 관련해 '역사'가 있는 구단이다. 90년대 중후반 프런트 수뇌부가 현장에 지나치게 간섭하면서 될 일도 안 되게 만들었다는 얘기가 나왔었다. 그후 김재하 전 단장이 99년 취임한 뒤 2002년에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 과정에서 현장 불간섭이 원칙이 됐다. 프런트가 전면에 나서는 일이 거의 없어졌다.

2004년말 사상 처음으로 감독 출신의 김응용 사장이 취임한 뒤 이같은 원칙은 공고해졌다. 김 전 사장은 행여나 감독이나 코치들이 부담될까봐 경기장에 나가도 되도록 덕아웃 근처에는 얼씬거리지도 않았다.

보통 신임 사장이 야구단에 오면 의욕이 과욕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 야구란 본래 대충 봤을 때는 '쉬운 타깃'이다. 투입물 대비 성과가 일정 수준 예상되는 제조업과 달리 스포츠단은 대규모 투자가 반드시 성적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보통 이걸 깨닫기까지 오래 걸리곤 한다.

김 인 사장은 이런 면에서 우려를 불식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앞으로 나서기 보다는 뒤에서 지원하는 역할을 맡았다. 김 사장은 올시즌 거의 전경기를 현장에서 봤다. 그러면서도 사장과 관련된 우려될만한 특별한 얘깃거리는 없었다. 구단 내부 관계자들은 "사장님은 꼼꼼하고 치밀하다. 잘 모르는 일에 대해서 무작정 목소리를 내는 스타일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송삼봉 단장은 야구단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제일모직과 삼성 구단에서 재무 파트 전문가로 오랜 기간 일해온 인물이다. 삼성 라이온즈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송 단장은 취임초기부터 "프런트 야구로 돌아가는 게 절대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삼성에서 선수로만 13시즌, 코치로 11년을 일한 류중일 감독과는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누는 관계다.

이같은 프런트 수뇌부의 조용한 지원 속에 신임 류중일 감독도 한시즌 내내 조바심을 내지 않고 인내심을 발휘하며 선수단을 지휘했다. 그 결과 최고의 성과를 얻었다.

야구단이 신임 사장-단장-감독 체제로 시즌을 맞이하는 사례 자체가 거의 없다. 게다가 첫 시즌에 정규시즌 우승을 거머쥐는 건 앞으로도 다시 나오기 어려울 일이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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