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원하늘숲길트레킹

스포츠조선

김광수 감독대행, "규영아, 뒤돌아보지 마라"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1-09-25 19:34


두산 안규영. 스포츠조선 DB

"느낌이 왔다면 돌아보지 말아라."

투수들은 대부분 안다. 홈런을 얻어맞는 그 순간, '딱'소리를 내며 총알같이 머리 뒤로 날아가는 타구가 담장을 넘어갈 것인지 아닌지. 그리고 그렇게 큰 타구를 맞은 경우 무의식적으로 뒤를 돌아보며 타구를 확인하면서 얼굴을 찡그리거나 고개를 떨구곤 한다. 지난 24일 광주 KIA전에서 데뷔 첫 선발로 나와 씩씩하게 던진 두산 새내기 안규영도 마찬가지였다.

경희대를 졸업하고 올해 두산에 입단한 우완 정통파투수 안규영은 이날 첫 등판에서 5회까지는 3안타 1실점으로 꽤 좋은 피칭을 했다. 직구 최고구속도 147㎞까지 나왔고, 슬라이더(최고 131㎞), 포크(최고 131㎞) 등의 각도도 예리했다. 무엇보다 첫 선발임에도 상대타자와 공격적으로 승부하는 점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5회까지 KIA 에이스 윤석민과 대등한 선발싸움을 했던 안규영은 투구수 60개가 넘어간 6회부터는 눈에 띄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더니 결국 1사 2루에서 나지완에게 적시타를 맞아 2점째를 내줬다. 이어 김상현에게마저 좌월 2점홈런을 맞았다.

하지만, 두산 김광수 감독대행은 7회에도 안규영을 마운드에 올렸다. 아직까지 구위가 괜찮고, 또 이런 경험을 통해 한층 성장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규영은 7회에도 1사 후 신종길에게 홈런을 맞은 뒤 결국 마운드를 내려왔다. 김 감독은 25일 광주 KIA전을 앞두고 "어제 교체여부를 놓고 고민했지만, 규영이에게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대량실점한 이후에 어떤 피칭을 할 지 보고싶었다"면서 "비록 패전투수가 됐지만, 매우 인상적으로 던졌다"고 안규영을 칭찬했다. 특히 김 감독은 "마운드에서 공을 넘겨받자마자 바로 투구를 하지 않나. 쓸데없는 생각을 하지 않고, 타자와 공격적으로 맞붙는 모습이 매우 좋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안규영에게 따끔한 충고 한마디를 잊지 않았다. 조금 더 자신감있는 모습을 유지할 것을 주문한 것. 김 감독은 안규영을 불러놓고 "어제 홈런 느낌이 오더냐"라고 물었다. 김상현이나 신종길이 홈런을 친 순간, 그 공이 담장을 넘어갈 것이라고 느꼈냐는 것. 안규영은 순순히 "느낌이 왔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김 감독은 정색을 하더니 "그렇다면 이제는 그런 느낌이 올때 뒤돌아서 공을 바라보지 마라. 얼마나 초라해보이는지 모른다. 오히려 담담하게 다음 타자와 승부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훨씬 더 나을 거다"라는 주문을 했다. 안규영이 앞으로 팀의 주전선발감으로 성장해주길 바라는 진심이 담긴 주문이었다.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