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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이 왔다면 돌아보지 말아라."
투수들은 대부분 안다. 홈런을 얻어맞는 그 순간, '딱'소리를 내며 총알같이 머리 뒤로 날아가는 타구가 담장을 넘어갈 것인지 아닌지. 그리고 그렇게 큰 타구를 맞은 경우 무의식적으로 뒤를 돌아보며 타구를 확인하면서 얼굴을 찡그리거나 고개를 떨구곤 한다. 지난 24일 광주 KIA전에서 데뷔 첫 선발로 나와 씩씩하게 던진 두산 새내기 안규영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두산 김광수 감독대행은 7회에도 안규영을 마운드에 올렸다. 아직까지 구위가 괜찮고, 또 이런 경험을 통해 한층 성장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규영은 7회에도 1사 후 신종길에게 홈런을 맞은 뒤 결국 마운드를 내려왔다. 김 감독은 25일 광주 KIA전을 앞두고 "어제 교체여부를 놓고 고민했지만, 규영이에게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대량실점한 이후에 어떤 피칭을 할 지 보고싶었다"면서 "비록 패전투수가 됐지만, 매우 인상적으로 던졌다"고 안규영을 칭찬했다. 특히 김 감독은 "마운드에서 공을 넘겨받자마자 바로 투구를 하지 않나. 쓸데없는 생각을 하지 않고, 타자와 공격적으로 맞붙는 모습이 매우 좋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안규영에게 따끔한 충고 한마디를 잊지 않았다. 조금 더 자신감있는 모습을 유지할 것을 주문한 것. 김 감독은 안규영을 불러놓고 "어제 홈런 느낌이 오더냐"라고 물었다. 김상현이나 신종길이 홈런을 친 순간, 그 공이 담장을 넘어갈 것이라고 느꼈냐는 것. 안규영은 순순히 "느낌이 왔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김 감독은 정색을 하더니 "그렇다면 이제는 그런 느낌이 올때 뒤돌아서 공을 바라보지 마라. 얼마나 초라해보이는지 모른다. 오히려 담담하게 다음 타자와 승부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훨씬 더 나을 거다"라는 주문을 했다. 안규영이 앞으로 팀의 주전선발감으로 성장해주길 바라는 진심이 담긴 주문이었다.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