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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에서 천재로, 별명바꾼 정근우의 반전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1-09-25 13:43


SK 정근우. 스포츠조선DB

'정근우의 반전'은 정말 대단하다.

SK 톱 타자 정근우는 지난 18일 인천 한화전에서 복귀했다. 왼쪽 늑골부상 이후 35일 만이다. 8회 대타로 출전, 볼넷을 얻었다. 정근우는 "타석에서 보이는 게 없다. 그래서 볼넷을 얻은 것 같다"고 했다.타격 컨디션과 실전감각이 그만큼 떨어졌다는 의미.

SK 이만수 감독대행은 2위 싸움의 최대분수령인 주중 3연전 1차전에서 곧바로 정근우를 1번 타자 겸 2루수로 선발출전시켰다. 당시 정근우에게 '부담스럽지 않냐'고 물었다. 그러자 '감은 없는데, 어떻게 되겠죠'라고 씩 웃었다. 그라운드에 들어가는 자체가 즐겁다는 표정이었다. 떨어진 타격 컨디션과 실전감각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이후 정근우는 4경기를 치렀다. 성적은 놀랍다. 16타수 7안타, 4할3푼8리, 2루타가 2개에 도루도 1개가 포함돼 있다. 볼넷은 3개나 얻었다. 한마디로 만점활약이다.

정근우는 "라이브 배팅을 좀 하긴 했었는데, 타격 감은 매우 좋지 않았다. 그런데 롯데전부터 공이 커 보이기 시작했다"고 했다.

단지 그런 심리적인 이유만은 아니었다. 정근우는 노련했다. 롯데와의 1, 2차전에서 정근우의 타구는 거의 모두 중견수 혹은 우익수 쪽으로 향했다. 컨택트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잡아당기기 보다, 툭툭 갖다 맞추는데 집중하는 밀어치기를 집중적으로 했다. 배트 스피드가 뛰어난 정근우의 타구는 우선상이나 우익수 앞쪽으로 떨어지며 수비진을 곤란하게 만들었다.

22일 롯데와의 3차전부터는 어느 정도 감을 회복했다. 이때부터 잡아당기는 타격을 가미했다.

결국 정근우의 센스가 그만큼 특출나다는 얘기다. 그의 좋은 감각을 돋보이게 하는 장면이 있었다. 롯데와의 3차전 1회 정근우는 좌전안타를 치고 나갔다. 2번 임 훈이 희생번트를 댔는데, 높게 뜨고 말았다. 투수 송승준이 충분히 잡을 수 있는 타구. 그런데 정근우는 찰나의 순간 잠깐 멈춰 송승준의 수비동작을 본 뒤 곧바로 2루로 냅다 뛰었다.


그 짧은 시간에 송승준이 일부러 타구를 떨어뜨려 더블아웃을 유도하는 것을 간파한 것이다.

복귀 후 예상치 못했던 그의 맹활약은 별명도 바꿔놓았다. 평소 팀동료이자 동갑내기(29세)인 박재상의 휴대폰에는 정근우의 번호가 그의 별명인 '땅콩'으로 저장돼 있다.

종아리 부상으로 재활 중인 그는 최근 정근우에게 전화를 걸어 감탄을 금치 못했다.

"와~ 부상 당하고 많이 쉬었는데 어떻게 그렇게 잘하냐. 내 핸드폰에 니 별명 바꿔놨다. '땅콩'에서 '천재'로."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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