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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위 싸움의 최대 분수령 롯데와 SK의 주중 3연전. 나란히 1승1패. 22일 3차전은 올 시즌 2위 싸움의 향방을 가르는 분수령이었다.
불방망이를 휘두르진 않았다. 그러나 승리에 꼭 필요한, 특히 롯데에는 더욱 필요한 수비로 팀 승리의 디딤돌이 됐다.
2회초 황성용은 시동을 걸었다. 박정권의 선두타자 홈런으로 1-3으로 쫓긴 롯데 선발 송승준이 흔들리고 있던 시점. 박진만이 제대로 밀어쳤다. 그러나 황성용은 재빠른 판단력으로 그대로 달려들어와 다이빙 캐치로 아웃시켰다.
황성용은 수비 위치를 약간 뒤로 이동했다. 임 훈은 송승준의 볼을 그대로 잡아당겼다. 맞는 순간 송승준이 홈런으로 착각하고 마운드에 주저앉았을 만큼 제대로 걸린 타구. 여기서 황성용이 1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환상 수비를 선보였다. 재빨리 타구를 쫓아간 그는 머리 위로 오는 타구를 펜스 바로 앞에서 껑충 뛰며 날아서 잡아냈다. 1루 주자 최윤석은 안타로 착각하고 2루를 지나치고 있었다.
한술 더 떠 황성용은 타구를 잡은 뒤 지체없이 1루로 정확히 송구했다. 더블아웃. 이대호의 3점홈런이 결정타였지만 롯데 승리의 숨은 진짜 이유는 황성용의 이 수비 하나였다.
승부를 가른 7회 공격의 시발점도 황성용이었다. 호투하던 이승호(20번)에게서 볼넷을 얻어냈고, 결국 이대호의 3점 홈런으로 연결됐다. 롯데는 7회에만 7득점, 사실상 승부를 갈랐다.
이날 경기의 진정한 히어로였다. 1983년생인 그는 부산 개성중, 부산고, 성균관대를 거쳐 2006년 롯데에 입단했다. 그동안 그리 두각을 나타내진 못했다. 타격이 너무 약했다.
하지만 그는 늘 성실했다. 롯데의 취약점인 외야수비는 톱클래스 수준이었다. 외야의 모든 포지션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결국 기회가 왔다. 개막 후 김주찬이 부상으로 빠지고, 홍성흔이 잇단 수비실책을 하자 백업요원으로 경기에 출전했다.
지난 20일 SK전 9회초 화제가 된 페이크 수비를 선보인 주인공 역시 황성용이었다. 5-4로 쫓긴 1사 1,2루 위기에서 SK 박재홍의 우전안타 때 마치 잡을 수 있을 것 처럼 페이크 동작을 해 2루주자 홍명찬이 3루에서 멈추게 함으로써 결국 1점차 승리를 지킬 수 있었다.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있는 롯데로서는 가장 아픈 곳인 수비에서 보물 하나를 발굴한 셈이다. 부산=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