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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 대행 "최동원에 당한 이순철 심정 나도 알지"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1-09-22 18:27


지난 14일 오후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마련된 최동원 전 감독의 빈소에 김광수 두산 감독대행이 조문을 하고 있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이순철 위원 심정 나도 알지."

22일 한화-두산전을 앞둔 두산 덕아웃.

두산 김광수 감독대행(52)은 이순철 MBC 스포츠+ 해설위원이 방문하자 대뜸 고 최동원 전 한화 2군 감독 이야기를 꺼냈다.

"기사 봤어. 어제 고인을 추억하며 한 마디 하셨더구만." 이 위원 전날 LG-넥센전을 해설하기에 앞서 1985년 최 전 감독과 처음 상대했던 추억을 회상했다.

당시 막강했던 최동원이 지쳐서 잘 못 던질 것이라는 의미로 선배들로부터 '저 형 갔다'는 말을 듣고 타석에 들어섰다가 뚝 떨어지는 변화구에 맥없이 삼진을 당한 에피소드였다.

김 대행은 이에 대해 "이 위원 심정 나도 잘 알지. 그렇지 않아도 유중일 삼성 감독한테도 그런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유 감독도 현역 시절 동료들로부터 '동원이 형 간기다(갔다는 뜻의 경상도 사투리)'라는 말을 듣고 이 위원과 똑같이 당하고 난 뒤 "가기는 뭐가 갔단 말이고"라고 외친 적이 있다는 것.

김 대행은 이어 고인과의 추억을 이어나갔다. 최 전 감독보다 나이는 한 살 어리지만 동기생인 김 대행은 "동원이의 막강한 위력은 대학 시절부터 그랬다"고 말했다.

김 대행은 최 전 감독의 피칭 동작을 직접 재연해 보이기까지 하며 몸을 전체를 활처럼 휘었다가 우왁스럽게 던지는 볼은 정말 무서웠다고 말했다. 다른 투수들과 달리 상-하로 변화하는 구질이 너무 좋아서 감히 방망이를 갖다댈 엄두를 내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는 것.


김 대행은 "동원이가 일단 마운드에 올라서면 어느 타자가 나와도 이길 수 있다는 카리스마부터가 압권이었다"면서 "그 사람은 중간이라는 걸 몰랐다.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이 다 소화할 정도로 자신만만한 선수였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고인을 상대로 승리를 거뒀던 잊을 수 없는 경기를 소개했다. 때는 바야흐로 1986년 정규시즌 추석 바로 전날이었다고 한다. 당시 OB는 롯데와의 경기에서 이겨야만 MBC를 제치고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는 절체절명의 상황. 당시 롯데 선발 최동원은 3년 연속 20승이란 대기록을 앞두고 있었다. 19승째를 거두던 최동원에게는 시즌 마지막 등판.

당시 2번 타자 겸 2루수로 선발 출전한 김 대행은 1-3으로 뒤져있던 9회말 선두타자로 나와 좌전 안타를 치고 출루했다. 이어 김형석의 타석. 김형석은 볼카운트 2-0의 불리한 상황에서 우월 투런포를 터뜨렸다. 극적인 동점. 이어 신경식이 중견수의 실책을 틈타 3루타를 쳤고, 패스트볼이 나오는 바람에 기적같은 역전승을 거둘 수 있었다고. 결국 최동원의 대기록은 물거품이 됐다.

김 대행은 "운좋게 이기기는 했지만 이미 20승을 달성한 듯한 분위기와 자신감 넘쳤던 고인의 표정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고인과의 추억을 회상하는 김 대행의 눈빛에는 하늘로 떠난 동기생에 대한 그리움이 잔뜩 배어 있었다.
대전=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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