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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사실을 잘 일깨워주는 미담사례가 MLB(미국프로야구)에 잔잔한 감동을 안겨주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플로리다 마린스의 릴리프 투수 크리스 해처(26)다. 해처는 지난 20일(한국시각) 라커룸으로 배달된 소포 하나를 받았다.
미국 성조기가 담겨 있었다. 성조기 옆에는 독특한 인증서가 함께 있다. 열사의 땅 쿠웨이트에서 무려 1255㎞를 날아 배달된 우편물이라는 내용이었다.
성조기 옆에는 한 소년이 야구공을 들고 활짝 웃는 모습을 담은 사진과 함께 고맙다는 내용의 편지가 자리잡았다.
해처는 그제서야 무릎을 쳤다. 해처는 지난 7월 리글리필드에서 벌어진 시카고 컵스와의 원정경기를 떠올렸다. 당시 해처는 몸을 풀던 중 관중석에 있던 조셉 헬스타드와 그의 13세 아들 조이군과 잠깐 대화를 나눴다.
경기장에서 가끔 얼굴만 알고 지내는 사이였다. 헬스타드씨는 미 육군 상사로 해외에 한 번 파병된 경력이 있다. 당시 헬스타드씨는 해처에게 "나, 이번에 또 해외 파병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자 해처는 "아, 정말 입니까? 안그래도 전에 한 번 그런 얘기를 들은 것 같은데"라며 관심을 표명했다. 이에 헬스타드씨는 "당신이 그렇게 물어봐 주는 것만 해도 우리 군인들을 걱정해주고 있다는 표시"라며 흡족해 했다고 한다. 이 짧은 대화를 끝으로 해처는 아들 조이군에게 갖고 있던 볼을 선물로 던져준 뒤 경기에 임했다.
이후 쿠웨이트의 부에링 미 육군 캠프로 파병된 헬스타드씨는 해처의 볼을 받고 그렇게 좋아하던 아들을 생각하며 해처의 호의를 잊지 못했다. 그래서 자신이 무사안전을 기원하며 지니고 있던 성조기를 먼 이국땅에서 답례로 보내 온 것이다.
해처는 "나는 이 성조를 정말 자랑스럽게 내걸어 보겠다"면서 "우리는 스트라이크 아웃될까봐 노심초사하지만 파병 군인들은 (총탄을 피하기 위해)머리를 숙이고 엄폐하며 생사의 기로에서 싸우지 않느냐"며 경의를 표했다.
미국 언론들은 '야구공 하나가 안겨준 아름다운 스토리'라고 소개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