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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오릭스, 이승엽 남기고 박찬호는 떠나보낸다

김남형 기자

기사입력 2011-09-22 13:34


내년에는 이처럼 한자리에 모여 웃는 모습을 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오릭스가 이승엽을 남기고 박찬호는 떠나보낸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올초 오릭스 입단식에서 두 선수가 선전을 다짐하며 환한 미소를 보이고 있는 모습. 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

일본프로야구 오릭스가 이승엽을 남기고 박찬호를 떠나보낸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오릭스 팀내 상황에 정통한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박찬호는 올해말 재계약이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확실히 오릭스는 실패한 영입으로 결론을 내린 상태다. 재계약은 없다는 게 구단 분위기다. 박찬호 본인이 일본에서 계속 뛰려는 의지를 보일 수는 있겠지만, 그렇게 된다 하더라도 오릭스 소속은 아닐 것이다." 이처럼 현지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박찬호는 오랜 미국 생활을 청산하고 올해 일본프로야구를 택했지만 부상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6월말 허벅지쪽 근육을 다친 뒤 지금까지 2군에 머물고 있다. 1군에서의 성적은 1승5패에 방어율 4.29. 박찬호 대신 1군에 올라온 투수들이 망가지지 않는 이상 그의 1군 컴백은 사실상 어려워졌다.

오카다 아키노부 감독이 박찬호를 포스트시즌때 조커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는데, 현실화되더라도 재계약 문제와는 별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워낙 큰 무대에서의 경험을 갖고 있는 박찬호이기에 일단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면 기용될 가능성이 높은 건 분명하다.

애초부터 박찬호는 1년 계약이었다. 화려한 메이저리그 경력 덕분에 올초 스프링캠프에서부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약 25억원의 연봉을 받는 박찬호가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하자 오릭스는 기대를 접은 것으로 보인다. 내년이면 박찬호도 우리나이로 마흔살이 된다.

박찬호가 팀과 같은 리듬을 타지 못한 게 아쉽다. 시즌 초반 그가 선발로 승수를 따내지 못할 때 오릭스는 전반적으로 침체돼 팀성적도 나빴다. 박찬호가 없는 동안 오릭스는 상승세를 타며 3위에 올랐고 현재로선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매우 높다.

반면 복수의 관계자들은 이승엽에 대해선 내년 잔류가 확실하다고 전했다. 처음부터 2년 계약이었지만 이범호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요즘 일본 팀들은 과감하게 포기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승엽의 잔류는 곧 존재가치를 인정받은 것으로 파악될 수 있다. 한 관계자는 "이승엽은 오릭스 입장에서 여전히 중요한 한국 마케팅 루트다. 또한 이승엽이 점점 더 좋은 타격을 해주면서 기대치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하나 중요한 변수가 있다. 이 관계자는 "이승엽은 내년까지 마치면 더이상 용병이 아니다. 국내선수와 똑같은 자격으로 뛸 수 있다. 그런 면에서 가치가 또 높아진다"고 말했다.


일본프로야구는 용병이 특정 기준에 맞춰 8시즌을 뛰면 그후엔 용병 쿼터의 적용을 받지 않고 일본 국내선수처럼 편안하게 엔트리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2004년부터 일본에서 뛴 이승엽은 내년이 9번째 시즌이다. 내년을 마치면 등록일수 기준으로도 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승엽 개인으로선 엔트리 진입을 위한 용병간 경쟁에서 자유롭게 된다. 팀은 그만큼의 추가 전력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다. 현재 요미우리의 알렉스 라미레스가 바로 용병 쿼터 제한에서 벗어난 대표적인 케이스다. 따라서 이승엽은 내년 시즌을 마친 뒤에도 본인 노력 여하에 따라 한시즌 정도 더 일본에서 뛸 수 있는 조건을 얻게 되는 셈이다.

여러 증언을 들어봤을 때 박찬호와 이승엽이란 두 스타의 '한팀 동거'는 1년만에 끝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해외파 조합 케이스를 앞으로도 쉽게 보기 어려울 것이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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