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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박한이는 정말 지지리 복도 없는 '11년 무사고 차량'이다.
행운과는 거리가 먼 선수다. 데뷔 첫해에는 신인임에도 규정타석을 채우며 타율 2할7푼9리, 13홈런, 61타점, 17도루의 성적을 남겼다. 하지만 그해 신인왕 투표에서 결선 투표 끝에 후반기에 홈런을 몰아친 김태균에게 졌다.
2009년에는 타율 3할1푼1리를 쳤지만 존재감을 크게 인정받지 못했다. 때문에 그해말 생애 첫 FA 협상때 좋은 조건을 제시받을 수 없었다. 결국 '1+1년' 얘기까지 나온 끝에 박한이는 가까스로 2년간 계약금 3억원, 연봉 3억원, 옵션 5000만원 등 최대 10억원짜리 계약서에 사인할 수 있었다. 타이밍이 좋지 않아 그간의 성적에 비해 낮은 몸값을 받은 대표적인 케이스가 됐다.
2년간 계약한 뒤 첫해인 지난해에는 타율 3할1리에 11홈런, 그리고 자신의 최다 타이인 63타점을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보통의 FA가 첫해에 약간 몸을 사리는 것과는 정반대였다. 그랬던 그가 재계약을 앞둔 올시즌에는 또 부진했다. 9월 들어 11경기에서 18안타를 몰아치면서 겨우 지금의 타율 2할6푼을 만들어놨다.
"분명 박한이란 타자는 내년엔 또 잘할 것 같다"고 말하자 박한이는 "내가 생각해도 그렇다"면서 웃었다. 희한하게도 중요한 시점에선 늘 운이 따르지 않았다는 걸 본인도 느끼고 있다는 얘기였다.
11년간 뛰면서 은근히 2할9푼2리란 좋은 통산 타율을 기록중이지만 우여곡절도 많았다. 때론 넘치는 의욕 때문에 '미친 사람'이라는 얘기까지 들었고, 가끔씩 나오는 주루사 때문에 덤벙대는 이미지로 굳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순한 성격의 박한이는 늘 제자리를 지켰던 그야말로 꾸준한 선수였다.
삼성 구단도 최근엔 박한이에 대해 "어쨌든 11년간 크게 아프지 않고 뛰어줬다. 또 이렇다할 말썽도 피우지 않았다. 올해 재계약때는 이같은 점들이 고려돼야할 것 같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크게 대단한 단기 기록을 남기진 못했지만, 은근히 대단한 장기기록을 이어가고 있는 선수. 박한이야말로 진짜 '프로야구 선수'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