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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직접 만난 리베라, 더없이 따뜻한 남자였다

신창범 기자

기사입력 2011-09-21 14:01


뉴욕 양키스의 '수호신' 마리아노 리베라(42)가 메이저리그 역사를 새롭게 썼다.

마무리 투수인 리베라는 20일(한국시각) 뉴욕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미네소타전에서 세이브를 낚았다. 통산 602세이브로 지난해 은퇴한 트레버 호프먼의 601세이브를 뛰어넘으며 메이저리그 통산 최다 세이브를 달성했다. 마무리 투수는 롱런이 힘들다는 편견을 깨트린 리베라는 17시즌 동안 2002년(28세이브)을 제외하고는 매년 30세이브 이상을 올렸으며 7차례나 팀을 월드시리즈 정상에 올려놓았다.

그런 그를 지난해 2010년 2월 미국 플로리라주 탬파의 양키스 캠프에서 만날 수 있었다. 그해 박찬호(현 오릭스)가 양키스와 계약을 해 취재차 캠프를 찾았다.

기자가 도착한 첫 날 박찬호는 캠프에 합류하지 못했다. 신체 검사를 위해 뉴욕으로 이동했다가 폭설로 발이 묶였기 때문이다. 캠프장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있는데 훈련을 끝낸 리베라가 클럽하우스 쪽으로 뛰어오고 있었다.

'명문' 양키스 구단의 자체 규율중 하나는 선수들은 훈련장에서 이동할 때 뛰어야 한다는 것. 최고참인 리베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클럽 하우스 앞에는 리베라와 인터뷰를 하기 위해 일찌감치 현지 언론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미국 주류 방송사는 물론 남미 출신 시청자들을 위한 히스패닉 방송사들도 대거 몰렸다. 그 틈에서 기자는 TV에서만 보던 리베라와 인터뷰를 시도하기 위해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무엇보다 당시 양키스는 박찬호를 셋업맨으로 영입했기 때문에 마무리 투수인 리베라가 생각하는 박찬호의 합류가 궁금했다.

방송 인터뷰는 상당히 길었다. 리베라는 마운드에서 무표정하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인터뷰 중엔 잘 웃었고, 질문엔 성실하게 답했다. 인터뷰가 다 끝나고, 기자만 남았다. 방송 인터뷰 중에 곁눈으로 기자를 확인했던 리베라가 먼저 말을 걸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속으로 '이런 대스타가 인터뷰에 응해줄까'라고 생각하며 주저하고 있었다.


기우였다. 리베라는 "당신은 TV 카메라가 없으니 편하게 인터뷰 해도 되겠다"고 웃으며 편한 자세를 취했다. 곧바로 박찬호에 대해 물어보기가 미안해 "컨디션은 어떤가, 내년 시즌 각오는 무엇인가, 현역 생활은 언제까지 생각하는가"라는 상투적인 질문을 했다. 차근차근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던 리베라는 자연스럽게 박찬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덧붙였다. 한국에서 왔다고 소개한 기자에 대한 배려가 묻어났다.

리베라는 "박찬호는 메이저리그 베테랑 투수인 만큼 우리 팀에서 역할을 잘 해 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잠시 이뤄진 인터뷰였지만 리베라는 상대를 배려하는 따뜻한 가슴을 가진 남자라는 것을 한번에 알 수 있었다. 다음날 박찬호가 양키스에 합류하자 리베라는 박찬호에게 먼저 다가가 많은 대화를 나누는 등 낯선 팀에서의 적응을 도와주고 있었다. 이때 리베라가 자신의 주무기인 컷패스트볼을 박찬호에게 전수한 것은 이미 많이 알려진 일이다.

최고의 스타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누구보다 친절하고 겸손했던 리베라의 대기록 수립을 보면서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말이 절로 생각났다.


신창범 기자 tigger@sportschosun.com


지난 2010년 2월 미국 플로리다주 탬파에 차려진 뉴욕 양키스 스프링캠프에서 기자는 마리아노 리베라와 인터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탬파(플로리다)=조병관기자 rainmaker@sportschosu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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