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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일빈인 이숭용, "준혁이형이 멍해질거라고"

신보순 기자

기사입력 2011-09-21 10:29


이숭용은 18일 오후 목동구장에서 18년간의 프로생활을 마감했다. 5회 클리닝 타임 때 진행된 은퇴식 2부에서 이숭용이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팬들을 향해 큰 절을 하고 있다. 목동=김재현 기자 basser@sportschosun.com


평소와 똑같았다. 오전 11시쯤에 눈이 저절로 떠졌다. 바로 며칠전만 해도 슬슬 운동장에 나갈 준비를 해야할 시간이다.

그런데 이젠 그럴 일이 없다. 선수가 아니라 당분간은 일반인이다. "기분이 아주 이상하더라구요. '이게 뭐지'라는 생각이 들고 뭘해야 될지 모르겠고…."

그래서 찾은 곳이 사우나였다. 모처럼 아이들과도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오후 6시30분, TV앞에 앉았다. 무엇을 봤는지는 '뻔할 뻔'자다. 넥센과 LG의 경기를 지켜봤다. 은퇴(18일)한 뒤 첫번째 경기가 펼쳐진 20일, 일반인 이숭용의 하루다.

이날 경기는 넥센이 0대2로 졌다. 경기가 끝난 뒤 이숭용의 기분이 궁금했다. 휴대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에는 아쉬움이 잔뜩 묻어있었다. "덕아웃에 있을 때는 후배들한테 '잘한다'고 격려를 해줬는데 밖에서 보니까 못하는 것만 보이네요. (김)민성이가 만루에서 좀 더 열심히 뛰었어야 했는데. 아, 본인은 열심히 뛰었겠지만 조금만 더 했으면 세이프도 될 수 있었어요." 2회 1사 만루에서 김민성이 병살타를 친 상황을 두고 한 소리다. 그의 말대로, 벤치에 같이 있었다면 "열심히 잘 뛰었어"라고 박수를 쳐줬을 것이다.

내년 초 코치연수를 가기전까지의 계획을 물어봤다. 그랬더니 "생각중"이라고 했다. "이번 일주일간은 그냥 아무것도 안하고 쉬고 싶어요. 가족들하고 여행도 가고. 그리고는 뭔가 규칙적으로 해야할 것을 찾을 생각입니다." 이어 "(양)준혁이 형한테 전화가 왔었어요. 뭔가 해야지 그냥 있으면 멍해진다고 하더라구요. 본인은 그래도 방송때문에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서 견딜수 있었다고"라며 웃었다.

그래서인지 처음에는 "야구를 잊고 싶다"고 했다. "여행도 다니고, 외국어 공부 좀 하고, 하여간 당분간은 야구를 잊고 싶어요"라고 했다. 듣는 순간, '과연 그럴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부담없이 TV로 야구도 보고, 지인들과 야구장에도 자주 찾아갈까 해요. 관중석 위에서 야구를 즐기고 싶어요." 야구 이야기다. "야구를 잊는다더니"라고 했더니 "아, 그러네요. 결론은 또 야구네"라며 웃었다.

운동장에서 뛰지는 않았지만 이날도 변함없이 야구와 함께 했다. "앞으로는 후배들이 못하는 것만 집중해서 볼 겁니다. 좀 더 객관적으로 선수들을 파악할 수 있을 것 같아요"라는 게 결국은 앞으로의 계획이었다.

그럼 일반인으로서의 하루 중 가장 힘들었던 일은 무엇이었을까. 이제 갓 돌을 지난 둘째 아들을 보는 것이었단다. 처음에는 모처럼 같이 보낼수 있어 좋았지만 곧 손을 들었다. 이숭용은 "어휴, 여자로 태어났으면 …"이라며 웃음을 지었다.
신보순 기자 bsshi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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