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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대호 천적 정대현, 왜 이대호 2루타 이후 구원등판했을까.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1-09-21 22:11


이대호의 킬러 정대현은 21일 부산 롯데전 3회 이대호 타석에 구원등판하지 않았다. 이대호가 2루타를 친 뒤 부랴부랴 홍성흔 타석때 구원등판했다. 왜 그랬을까. 지난 6월15일 정대현에게 행운의 안타를 뽑아낸 뒤 1루에 출루한 이대호가 미소짓는 장면. 스포츠조선DB

이대호의 천적 SK 정대현의 투구장면. 스포츠조선DB

올해도 최고타자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는 롯데 이대호. 그의 천적이 SK 정대현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2위 싸움의 최대분수령인 21일 부산 롯데-SK전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상황이 펼쳐졌다.

3회말 롯데의 공격. 호투하던 SK 선발 고효준은 황성용에게 2루타를 맞은 뒤 김주찬에게 적시타를 허용했다. 그리고 이대호에게 중앙펜스를 그대로 때리는 2루타를 허용했다.

SK 이만수 감독대행은 고효준을 조기에 강판시키고, '잠수함' 정대현을 내세웠다. 여기에서 의문이 든다. 왜 정대현을 좀 더 일찍 이대호 타석에 내보내지 않았을까.

태생적인 천적관계 정대현과 이대호

이 의문이 성립하려면 우선 왜 정대현이 이대호에게 유독 강한 지를 살펴봐야 한다.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이대호는 정대현과의 맞대결에서 29타수 1안타, 타율은 3푼4리였다. 올해는 6차례의 맞대결에서 3안타를 쳤다. 무려 5할이다.

그러나 3안타는 모두 빗맞은 안타였다. 언더핸드 투수에게 약하지 않은 이대호가 유독 정대현에게 약한 것은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타이밍을 제대로 맞추지 못한다. SK 김성근 전 감독은 "정대현의 피칭타이밍과 이대호의 스윙 궤적이 상극"이라고 했다. 정대현의 직구는 밑에서 솟아오르면서 묵직하다. 느린 커브와 밑으로 떨어지는 싱커로 타이밍을 뺏는다. 이대호의 스윙 메커니즘이 이런 정대현의 피칭 타이밍을 전혀 뺏지 못한다. 게다가 정대현은 철저하게 이대호를 유인한다. 몸쪽 싱커로 유인하고, 바깥쪽으로 느리게 흐르는 커브로 혼란스럽게 한다. 제구력이 뛰어나 실투도 없다. 때문에 4구도 5개나 허용했지만, 철저히 봉쇄했다. 이런 관계가 지속되면서 심리적인 우위도 쌓여갔다. 정대현이 이대호의 킬러인 이유다.


왜 이대호 타석에 나오지 않았을까

그런데 왜 정대현은 한 템포 늦게 구원등판했을까.

첫번째 가능성은 갑작스러운 상황변화에 따른 몸 풀 시간이 부족했다는 가정을 할 수 있다. 예전 김성근 전 감독은 중요한 경기에선 1회부터 불펜투수들을 총 대기시켰다. 하지만 이 감독대행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정대현은 2회말부터 몸을 풀기 시작했다.

더 큰 이유는 이 감독대행의 투수교체 특성에 있었다. 그는 경기 전 "선발은 최대한 끌고 간다. 하지만 제구력이 흔들리거나 페이스가 급격히 떨어지면 바로 교체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상황은 애매했다. 선발 고효준은 좋은 컨디션과 구위를 유지하고 있었다. 3회 1사 상황까지 5개의 삼진을 뽑았다. 하지만 롯데 타선은 이때부터 집중적으로 고효준의 변화구를 노렸고 효과를 봤다.

황성용 김주찬이 연속안타를 치며 선취점을 뽑았다. 이 감독대행의 입장에서는 이대호 타석이 고효준의 강판여부를 결정지을 수 있는 마지노선이었다.

결국 이대호의 홈런성 타구가 중앙 펜스를 직격한 뒤 2루타가 됐다. 1사 2, 3루의 위기상황이 되자 더 이상 고효준에게 미련을 둘 이유가 없었다.

만약 이대호의 타석 때 정대현을 투입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러나 결과론일 뿐이다. 복잡한 변수가 얽혀있는 투수교체는 감독의 고유권한이다..

정대현은 3이닝동안 4안타를 내주며 자책점없이 잘 막았다. 아이러니컬한 것은 5회였다. 정대현은 이대호와 2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맞대결을 펼쳤다. 풀카운트 접전 끝에 좌전안타를 허용했다. 이대호는 타이밍을 제대로 맞추지 못했지만, 135㎞ 안쪽 높은 직구를 쳐 좌익수와 유격수 사이에 떨어지는 텍사스 안타를 만들었다. 정대현의 실투성 볼이었다.

이 감독대행은 6대2로 승리한 뒤 "사실 이대호 타석 때 정대현으로 교체할까 망설였다. 하지만 선발을 너무 일찍 내리는 감이 있었다. 고효준이 막아주길 바랐다"고 했다. 부산=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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