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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양승호 감독은 20일 부산 SK전 직전 의외의 발언을 했다.
그런데 막상 상대팀인 양 감독은 김광현의 컴백을 대수롭지 않다는 듯 얘기했다. 그러면서 "복귀하는 김광현의 컨디션이 완벽하다곤 볼 수 없다"고 이유를 말했다.
양 감독이 왜 김광현의 존재를 애써 무시했을까. 당연히 이유가 있다. 여기에는 교묘한 심리전이 숨어있다.
SK 입장에서는 김광현의 복귀를 너무나 중요한 롯데전에 맞춘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번째는 컨디션을 많이 회복한 김광현이 등판하면서 실제적인 팀 전력이 업그레이드된다는 측면이 있다. 또 하나는 중요한 순간 김광현이 복귀하면서 미치는 선수단의 파급력이다. 부상자가 많아 악전고투하고 있는 SK 선수단에 에이스의 복귀는 정신적으로 큰 힘이 될 수 있다. 또 김광현의 등장이 상대 롯데에 대한 압박용 카드도 될 수 있다. 이런 심리적인 영향은 SK 전력의 실제적인 업그레이드보다 더 많은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같은 효과에 대해 양 감독은 충분히 파악하고 있는 듯 했다. 때문에 애써 김광현의 복귀 효과를 무시하면서 선수단에게 악영향을 줄 지도 모를 부담을 먼저 털어버리려 한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 롯데 타선이 컨디션이 완벽하지 않은 김광현을 충분히 넘을 수 있다는 점을 각인시키려는 의도도 포함돼 있다. 선수단에 자신감을 불어넣기 위한 의미.
이런 복합적인 의미 때문에 양 감독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신경쓰지 않는다"고 잘라 말한 것이다.
이날 김광현은 팀이 3-5로 뒤진 8회 구원등판했다. 89일 만의 1군무대 컴백. 5명의 타자를 맞아 22개의 볼을 던졌다. 안타 1개를 맞았지만, 무실점으로 막긴 했다. 최고 시속 148km의 직구는 위력적이었다. 하지만 아직 2개의 볼넷을 내주는 등 제구력은 불안했다. 전반적으로 볼이 높았다. 공백의 후유증은 속이지 못했다.
첫 날 양 감독의 '김광현 무시하기' 작전은 일단 성공했다. 하지만 남은 2경기에서도 김광현의 행보는 예의 주시해야 할 사항이다. 부산=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