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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스포츠 종목 출신의 선수가 골프를 가장 잘 칠까.
기본적으로 운동 신경과 체력, 임팩트 요령 등이 좋기 때문에 일반인들 보다는 훨씬 빠르게 골프 실력을 향상시키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싱글 또는 언더파 실력의 초절정 고수가 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분명히 존재한다.
야구와 골프 스윙의 가장 큰 차이점은 스윙 궤도다. 야구는 옆으로 휘두르는 레벨스윙, 골프는 아래에서 위로 퍼올리는 어퍼스윙이다. 타자 출신들이 골프 스윙을 했을 때 훅이 많이 나는 이유도 자신도 모르게 레벨스윙을 하기 때문이다. 강한 타구를 날리기 위해 풀 스윙을 했던 버릇이 골프 스윙 때도 어쩔수 없이 나온다. 야구인들은 이런 식의 야구 스윙을 흔히 '감는다'라고 표현한다.
야구의 경우 경기장 모양이 부채꼴이어서 감아치는 스윙을 해도 페어 지역에 떨어지지만, 야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좁은 직선형의 골프 페어웨이에서 이런 스윙을 했다가는 OB(아웃오브바운즈)가 나기 십상이다.
한화 외국인 타자 가르시아가 프로골퍼 유소연과의 장타 대결에서 3차례 모두 훅이 나와 탈락했던 것도 이 같은 이유다. 힘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훅이 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야구인들 중 골프 고수에 투수 출신이 많은 것도 연관성이 있다. 투수들은 타자들처럼 과도한 스윙을 하지 않는다. 여기에 골프와 비슷한 야구 매커니즘을 최대한 활용, 타자들보다는 훨씬 빠르게 적응한다.
야구판에서 골프 고수로 통하는 양상문 해설위원과 선동열 삼성 운영위원 등이 모두 투수 출신이다. 반면 타자 출신들은 골프 스윙도 자신들의 현역 시절 수십년간 해온 타격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경향이 강하다.
신창범 기자 tigg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