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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최동원 모친 "동열아, 너라도 건강챙겨라"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1-09-14 21:59


대장암으로 타계한 '불세출의 투수' 故 최동원의 빈소가 14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연세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이날 오후 선동열 전 감독이 빈소를 찾아 조문을 하고 있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너라도 꼭 건강 챙겨라."

선동열 삼성 운영위원이 최동원 전 한화 2군 감독의 조문을 마치고 나오자 최 전 감독의 어머니 박정자 여사가 선 위원을 맞았다. 침통한 표정의 선 위원을 지긋이 바라보던 박 여사는 선 위원의 볼을 쓰다듬으며 "동열아, 너라도 건강해야 한다. 건강 챙겨라"라는 당부를 하며 흐느꼈다. 힘든 상황이지만 빈소에 찾아온 모든 조문객들을 환한 미소로 맞은 박 여사. 하지만 일생일대의 라이벌이었던 선 위원의 얼굴을 보자 눌러왔던 슬픔이 분출된 모습이었다. 그런 박 여사의 모습에 선 위원도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장면이었다.

현역 시절 최고의 라이벌이자 한국야구가 낳은 최고의 투수인 최동원과 선동열. 선 위원은 14일 최 전 감독의 별세 소식을 듣자 곧바로 빈소를 찾아 고인의 넋을 기렸다. 선 위원은 이날 오후 3시30분쯤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마련된 빈소를 찾았다. 조문을 마친 선 위원은 "얼마전 TV로 동원이형의 모습을 봤다. 수척해진 모습을 보니 너무 괴로웠다"고 말했다. 이어 "1년 전 만났을 때가 마지막이었는데 당시는 매우 건강한 모습이었다"며 안타까운 마음에 말을 잇지 못했다.

선 위원은 최 전 감독에 대한 같한 애정을 드러냈다. 선 위원은 사실 프로에 와서 라이벌이라고 많이들 말씀해주셨다. 하지만 동원이형은 나의 롤모델이었다. 동원이형이 야구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저런 선수가 돼야겠다'는 꿈을 키웠다"고 밝혔다.

최 전 감독과 함께 했던 가장 소중한 기억에 대한 얘기도 꺼냈다. 선 위원은 "연장 15회까지 우리 두 사람이 완투하며 혈투를 벌였던 경기(87년 5월 16일 부산 롯데-해태전)도 기억나지만 아무래도 82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함께 우승을 일궈냈던 순간이 가장 기억난다"며 "당시 나는 미완의 대기였다. 당연히 결승 마운드는 동원이형이 올라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뜻밖에 나에게 기회가 왔다. 그때 동원이형은 나에게 '잘 할 수 있다. 네가 최고라 생각하고 던져라'고 자신감을 불어넣어 줬다. 그 덕에 우리가 우승을 하지 않았나 싶다"며 고인에 고마운 마음을 표시했다.

최 전 감독의 빈소에는 선 위원 외에도 많은 야구계 인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김성근 전 SK 감독과 김인식 KBO 규칙위원장이 나란히 빈소를 찾았다. 김 전 감독과 김 위원장은 조문 후 약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빈소를 지키며 고인의 넋을 기렸다. 김 전 감독은 침통한 표정으로 아무 말 없이 빈소를 빠져나갔고 김 위원장은 "지난주 전화했는데 받지를 않아 느낌이 좋지 않았다. 동생인 석원씨로부터 전화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말을 듣고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며 "한창 야구계에서 활약할 나이인데 너무 일찍 가버린 것이 너무도 비통하다"고 말했다.

한편 강승규 대한야구협회장을 비롯해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 김봉연 극동대 교수, 가수 김흥국씨 등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빈소를 찾아 고인을 추모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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