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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최동원 감독의 마지막 한마디 "아들아, 건강해라"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1-09-14 13:06 | 최종수정 2011-09-14 13:57


70~80년대를 수놓았던 불세출의 투수 최동원 전 한화 2군 감독이 세상을 떠났다. 14일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최동원 감독의 빈소가 마련되어 있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최동원 전 한화 2군 감독이 별세한 14일 정오. 서울 신촌에 위치한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17호실 입구 안내판에 최 전 감독의 사진이 모습을 드러냈다. 생전 밝게 웃고 있는 최 감독의 사진. 그렇게 밝은 모습으로 우리앞에 다시 서면 얼마나 좋았을까마는, 아쉽게도 그는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먼 여행을 떠난 후였다.

최 전 감독은 14일 오전 2시6분 경기 일산병원에서 조용히 숨을 거뒀다. 3형제 중 막내인 최수원 KBO 심판이 최 감독의 마지막 투병 상황을 공개했다. 최 감독은 지난 7월22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경남고와 군산상고의 레전드 매치에 모습을 드러낸 1주일 후 병세가 악화돼 영동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했다. 가족들에게는 절대 외부에 이 사실을 알리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러던 최 감독은 "많이 괜찮아졌다"며 퇴원을 바랐고 최 감독의 강한 의지를 잘 알고있던 가족들은 퇴원에 동의했다. 하지만 퇴원한지 3일도 못돼 최 감독은 병세는 심각한 상황까지 치달았고 이를 보지 못한 부인 신현주씨가 집 근처 병원에 입원을 시키게 됐다. 입원 후 처음에는 의식이 있었지만 곧 의식을 잃고 만 최 감독이었다.


한국 야구의 큰 별이 졌다.
70~80년대를 수놓았던 불세출의 투수 최동원 전 한화 2군 감독이 세상을 떠났다. 14일 오전 신촌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인의 빈소 앞 모니터에 활짝 웃고 있는 최 감독의 생전 모습이 담긴 영정이 비춰지고 있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사실 유가족은 4일 전 입원해있던 일산병원 측으로부터 "마음의 준비를 하라"라는 말을 들었다. 점점 의식이 희미해져가던 상황. 하지만 최 감독은 수 차례 눈을 뜨려고 노력하며 가족들을 바라봤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가족들의 모습을 보려고 하신 것 같았다. 우리가 하는 얘기는 알아듣는 것 같았다"고 했다.

유가족은 모교(연세대)에 위치한 세브란스 병원에 빈소를 마련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이 병원의 한 관계자는 "새벽 4시 정도에 급하게 연락이 왔다. 비어있는 빈소가 없었는데 다행히 금일 아침 발인이 진행된 빈소가 있어 최 감독의 빈소를 마련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준비가 완료된 12시, 유가족이 모습을 드러냈다. 먼발치에서 현재 군 복무 중인 아들 기호군의 모습도 보였다. 최 심판은 "형이 의식을 잃기 전 마지막으로 병문안을 온 아들에게 '건강해라'라는 한 마디를 남겼다"고 전했다. 특별한 유언을 남기지 않았던 최 감독의 '마지막 유언'은 아들의 건강을 걱정하는 것이었다.

야구계와 사회각계 인사들이 보낸 근조 화환이 속속 도착했다. 이광환 전 히어로즈 감독, 이재환 일구회 회장, 구경백 OBS 해설위원 등은 빈소가 차려지자마자 빈소를 방문, 고인의 넋을 기렸다. 전 소속팀이던 롯데와 한화의 관계자들도 급히 빈소를 찾았다.

수많은 취재진도 고인의 마지막 모습을 보도하기 위해 빈소에 모였다. 3형제 중 막내인 최 심판이 취재진 앞에 대표로 섰다. 최 심판은 "정말 죄송하지만 지금 이 자리 이후 취재진의 인터뷰나 질문 등은 정중히 사양하겠다"며 얘기를 이어갔다. 애써 슬픔을 참으며 취재진 앞에 선 최 심판은 "동생이기 때문에 드리는 말씀이 아니다. 형은 정말 '영원한 에이스'이지 않았나. 형이 후세에 꼭 그렇게 기억됐으면 하는 바람"이라는 말을 남기고 빈소로 향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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