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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긴급제언] 떠나는 '전설' 장효조 최동원, 그냥 잊어서는 안된다.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1-09-14 13:52


한국 프로야구를 빛냈던 별들이 하나둘 지고 있다. 장효조에 이어 최동원마저 떠났다. 또 한번 드는 생각, 떠나는 전설들을 그냥 보낼 수 없다.

14일 오전 2시경, '한국 최고의 투수'였던 최동원 전 한화 2군 감독이 향년 53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지난 7일 장효조 전 삼성 2군 감독이 별세한 지 일주일만이다. 두 고인은 모두 50대 중반, 한창 프로야구의 발전을 위해 자신의 역량을 보여줄 나이였다. 이들의 너무나도 급작스러운 임종 소식에 수많은 팬들과 야구관계자들은 애통한 마음을 금하지 못하고 있다.

최동원과 장효조. 두 불세출의 야구천재들은 프로야구 초창기에 위대한 업적을 쌓으며 프로야구가 한국 최고의 프로스포츠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150㎞에 육박하는 불같은 강속구와 엄청난 낙차를 그렸던 커브를 앞세운 최동원은 84년 정규리그서 27승13패 6세이브의 눈부신 성적으로 MVP에 올랐고, 그해 삼성과의 한국시리즈서 혼자 4승(1패)을 따내며 롯데에 첫 우승을 안겼다. 최동원은 프로야구 역사상 유일하게 한국시리즈에서 4승을 기록하며 당대 최고의 투수로 우뚝 섰다.

장효조 역시 83년 삼성에 입단해 프로 10년간 8번이나 타율 3할 이상을 기록하면서 통산 타율 3할3푼1리라는 엄청난 기록을 세웠다. 타격왕은 4차례 차지했고, 87년에는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하기도 했다. 뛰어난 선구안과 최고의 배트컨트롤을 지닌 장효조는 어떤 코스로 들어오는 어떤 구질이든 다 쳐낼 수 있다고 해서 '타격의 달인'으로 불렸다.

이러한 프로야구 최고 스타들이 세상을 떠나자 국민적인 추모 분위기가 조성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어느새 잊혀질 수 있다. 따라서 보다 구체적이고 품격있게 이들을 추모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스포츠조선은 장효조 감독의 별세 이후 '장효조 타격상'을 만들자는 제언을 야구계에 던진 바 있다. 프로야구 30주년을 맞이해 이제는 우리도 메이저리그나 일본 프로야구처럼 제대로 전설을 기리는 상 하나쯤은 만들어야 할 시기라는 취지였다.

이런 스포츠조선의 제안은 야구계 전반의 폭넓은 지지를 얻었을 뿐만 아니라 사회 오피니언리더층의 공감도 이끌어냈다.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는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프로그램인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통해 '장효조 타격상을 만들자'는 본지의 제언을 전하며 "많은 분들이 공감하실 것 같다"는 논평을 내놓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또 하나의 별이 졌다. 최동원 감독의 별세를 통해 스포츠조선은 고인들의 이름을 딴 상의 제정에서 한발 더 나아가 제대로 된 추모사업의 실현을 제안한다. '장효조 타격상'이나 '최동원 투수상'을 첫 발로 해서 이 참에 제대로 된 '명예의 전당'을 만들거나 타계한 야구인들에 대한 추모 사업을 펼치자는 것이다. 최동원과 장효조를 프랜차이즈 스타로 거느렸던 롯데나 삼성 등 대기업이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으로 이런 사업에 동참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1905년 야구가 이 땅에 도입된 이후 셀 수 없이 많은 원로들이 야구 발전에 헌신해왔다. 하지만, 그들을 기억할 수 있는 자료는 희박하다. 82년에 프로야구가 출범한 뒤에는 또 얼마나 많은 스타들이 태어나고 사라졌을까. 그러나 아직 우리는 '명예의 전당'조차 만들지 못했다.

올해로 프로야구는 출범 30주년이 됐다. '어른'이 된 것이다. 사상 첫 600만 관중을 돌파하며 '흥행 대박'에 기뻐만 할 것이 아니라, 역사와 전설을 돌아보며 그 가치를 제대로 세울 때다. 이를 통해 한국 프로야구는 영예로운 전설을 후대에 자랑으로 물려줄 수 있다. 프로야구의 위상은 관중수의 증대뿐만 아니라 이런 가치를 보존하는 작업으로도 높아진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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