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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우야, 나눠 먹기로 해놓고 이게 뭐냐."
롯데 이대호가 삼성 최형우에게 볼멘 소리를 했다.
잠시후 최형우에게 "어떤 얘기를 나눴는가"라고 질문했다. 최형우는 "대호형이 나한테 '홈런왕과 타점왕 나눠먹기로 해놓고선 왜 타점까지 따박따박 따라오느냐'고 항의했다"고 말했다. 전날(12일)까지 최형우가 27홈런으로 1위, 이대호는 23홈런으로 2위를 달리고 있다. 타점에선 98타점의 이대호가 1위, 최형우는 96타점으로 2위다.
사연은 이렇다. 지난달 30일 사직구장에서 이대호는 1루에서 후배 최형우를 만났을 때 "우리가 사이좋게 나눠갖자. 홈런왕은 니가 하고, 타점왕은 내가 하자"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웃자고 한 얘기. 그날 경기 전만 해도 둘은 23홈런으로 동률이었고, 이대호가 86타점으로 80타점의 최형우를 앞서고 있었다.
말이 씨가 된 것일까. 그날 경기에서 최형우는 홈런 2개를 몰아치며 이대호를 앞서기 시작했다. 여기까지는 이대호의 뜻에 어긋나지 않은 셈.
그런데 최형우가 최근 4경기에서 타점마저 11개를 쓸어담으면서 이제는 타점 부문에서도 턱밑까지 추격해왔다. 이같은 상황을 빗대 이대호가 웃으며 "독식하려는거냐"면서 항의한 것이다.
최형우는 "대호형이 농담으로 얘기한 거다"라며 역시 웃었다. 확실히 최형우는 '성장'이 눈에 보이는 타자다. 지난해에도 5,6월까지 타점이 많았지만 결국엔 시즌 중반 이후 페이스가 처졌다. 올해는 다르다. 최형우는 "이제는 두세 게임 안타를 못 쳐도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공략하면서 곧 회복된다. 작년과 달라진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일단 이날 경기에선 이대호가 타점 1개를 추가해 99타점이 됐고, 최형우는 타점이 없어 96타점에 머물렀다. 앞으로도 두 선후배의 타점 경쟁이 흥미진진할 것 같다.
대구=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