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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제강( 以柔制强).
아마 시절 최고의 정통파 투수로 군림하던 동갑내기 두 선수는 큰 뜻을 품고 메이저리그에 도전한다. 2008 시즌을 앞두고 나란히 유턴한 둘은 약속이나 한듯 한때 힘든 국내 적응기를 거쳐 성공 시대를 열고 있다.
제2의 전성기라 할만큼 둘은 소속팀의 주축 투수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힘으로 윽박지르는 것이 전부가 아니란 사실을 깨달았다. 강속구 버리기. 파워피칭은 모든 투수들의 포기하기 힘든 욕망이다. 외부에서 바라보는 것보다 꽤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버려야 얻을 수 있다'는 진실에 접근하기까지는 한동안 갈등 속에 살아야 한다.
생존을 위한 선택. 서재응이 먼저했다. 미국 진출 후 수술의 아픔을 겪은 후 그는 정교한 컨트롤과 변화구에 올인했다. '컨트롤 아티스트'란 별명과 함께 명품 서클 체인지업 투수로 거듭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서재응의 변신은 현재 진행형이다. 국내 정착 후에도 매 시즌 끊임없는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서클 체인지업을 대놓고 노리는 타자들의 예봉을 피하기 위해 지난해는 슬라이더를 예리하게 가다듬었다. 올시즌은 투심과 스플리터 승부가 부쩍 늘었다.
김선우도 국내 데뷔 3년차였던 지난 시즌부터 본격적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특유의 파이터 기질로 '정면승부'의 대명사였던 그가 힘이 아닌 기술 피칭을 선보이고 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최고 시속 150㎞를 육박하는 시원시원한 강속구 대신 무심 패스트볼 등 타자 앞에서 살짝 살짝 고개를 숙이거나 옆으로 휘는 정교한 구질로 범타를 유도하고 있다.
"기교파요? 기분이 나쁘거나 그렇지는 않습니다. 현실을 받아들여야죠." 자존심 강한 김선우의 진정한 변화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테크니션으로의 변화는 두 투수를 더욱 강하게 만들고 있다. 커리어 하이 시즌을 앞둔 성적표가 변화의 이유를 설명한다.
베테랑의 변신은 무죄다. 오히려 후배들에게 적절한 변화의 필요성을 몸으로 보여주고 있는 귀감이다. '절친' 서재응 김선우의 도전은 그래서 더 아름답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