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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환이 탄생시킨 조어 '세이브 조작단'

김남형 기자

기사입력 2011-09-13 09:35 | 최종수정 2011-09-13 09:35


워낙 잘 던지는 오승환 덕분에 올해 '세이브 조작단'이란 표현까지 등장했다. 오승환이 경기중 1루 커버에 들어가고 있는 모습. 스포츠조선 DB

삼성 오승환 덕분에 또하나의 신조어가 나왔다. 이른바 '세이브 조작단'. 야구팬들의 네이밍 센스는 확실히 톡톡 튄다.

오승환은 추석 연휴기간에도 세이브 2개를 추가했다. 시즌 41세이브로 2위인 LG 송신영의 17세이브를 멀찌감치 따돌린 채 독주중이다.

세이브 타이틀이야 일찌감치 오승환의 몫이 돼있는 상태. 시즌 방어율 0.71을 기록중인 오승환이 시즌 마지막까지 0점대를 유지할 수 있느냐, 또한 2006년에 본인이 작성한 47세이브 기록을 넘어설 수 있느냐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오승환은 팀이 치른 114경기 가운데 48경기에 등판했다. 세이브 기회에서 등판한 건 42차례였다. 블론세이브가 딱 한번 있었다.

올해 세이브 기회가 많은 편인 건 사실이다. 오승환은 40세이브를 거둔 2007년과 39세이브를 기록한 2008년에 모두 세이브 기회가 42차례였다.

오승환이 올해 찬스를 비교적 많이 잡았고, 또한 그때마다 강력하게 꼬박꼬박 세이브를 챙기자 몇몇 팬들 사이에선 '삼성 세이브 조작단'이란 표현이 등장했다. 지난해 인기를 끌었던 한국 영화 제목의 패러디다. '삼성 선수들이 오승환에게 세이브 찬스를 만들어주기 위해 스코어 차이를 일정하게 만들어나간다'는 의미다.

눈에 띄는 장면이 있긴 했다. 3점차에서 삼성이 9회에 무사 3루 찬스를 잡았다. 어지간하면 1점은 쉽게 들어올 수 있고, 그리 되면 오승환의 세이브 찬스가 없어진다. 이때 3루 주자가 내야땅볼때 홈을 파고들다가 횡사했다. 삼성 팬들이 오히려 좋아했다.

또하나, 4점차여서 오승환이 등판할 일이 없었는데 다른 불펜투수가 마운드에 올라 주자 2명을 내보냈다. 세이브 요건이 되자 오승환이 등판했고, 그때 앞선 투수가 강판하면서 오승환을 바라보며 씩 웃었다. 바로 이런 장면을 보면서 야구팬들은 세이브 조작단이란 말을 만들어낸 것이다.


삼성 선수들도 이같은 표현이 등장했다는 걸 알고 있다. 실은 현실에선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야구는 단체경기인 동시에 개인 성적이 뚜렷하게 수치로 드러나는 종목이다. 어떻게든 수치를 끌어올려야 연봉도 높일 수 있는데, 세이브 찬스를 만들어주기 위해 특정 시점에서 일부러 점수를 안 낸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방어율을 생명처럼 여기는 투수들도 마찬가지다.

"세이브 찬스가 오는 듯 하다가 막판에 점수가 더 나 무산되면 아쉽지 않은가"라고 오승환에게 질문했다. 그는 "세이브 못 하더라도 우리팀 점수가 많이 나야 좋다. 점수는 낼 수 있을 때 많이 내야 한다"고 웃었다.

결국 세이브 조작단이란 말은 실제 그렇다는 의미 보다는 팬들의 희망이 담긴 표현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오승환을 실전에서 한번이라도 더 보고 싶기에, 세이브 요건이 9회까지 연결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나온 얘기인 셈이다. 오승환은 올해 시즌 중반까지 거의 대부분을 1점차 빠듯한 상황에서 등판했다. 워낙 강력하게 잘 막아냈기에 팬들은 그를 한경기라도 더 보고 싶어하는 것이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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