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의 잠실구장 '깜짝 방문'은 분명 흥미로운 이벤트였다.
이날 대통령의 깜짝 방문은 정치와 야구가 만나 서로가 긍정적인 효과를 누릴 수 있음을 증명한 사례였다.
대통령이 보이자, 상당수 관중이 '이명박!'을 연호했다. 2만7000석 매진인 날이었다. 정치, 사회, 문화 모든 분야가 다양성으로 대변되는 이 시대에 대체 대통령이 어디 가서 불특정 다수로부터 이같은 연호를 들을 수 있겠는가. 야구장 내에선 정치 성향을 떠나 대통령도 '또 한명의 팬'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었다. 만약 이날 저녁 당장 조사를 했다면, 대통령의 지지율은 몇 % 정도는 순간적이나마 상승했을 것이다.
야구계 역시 이날 대통령의 방문을 반기는 분위기다. 대통령이 순수 관중의 자격으로 야구장을 방문했으니 프로야구의 전국민적 인기를 증명한 또 하나의 사례가 됐다. 프로야구는 제10구단 탄생이 당면과제다. 게다가 대구, 광주, 대전 지역의 야구장 건설 문제도 시급하다. 프로야구단을 운영하는 기업들의 근본 목적은 그룹 홍보 및 사회 환원이다. '대통령이 순수한 팬으로서 찾아오는 스포츠'라면, 기업들이 더 많은 관심을 보이게 될 것이다.
이날 잠실구장에선 최근 전라북도와 함께 10구단 유치 경쟁을 펼치고 있는 수원시의 시장 및 관계자들이 플래카드를 내걸고 홍보전을 펴기도 했다. 여당과 야당 관계자들이 모두 눈에 띄었다. 프로야구란 이름 아래서 외형적으로나마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장면은 분명 나쁘지 않게 보였다.
최근 몇년간 프로야구 인기가 급상승하자 이제는 야구단 유치를 놓고 프랜차이즈 역전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과거엔 심드렁한 반응과 함께 걸림돌이 되곤 했던 지자체들이 요즘은 거꾸로 서로 야구단을 유치하겠다며 읍소하는 형국이다.
정치인들은 표를 향해 움직인다. 프로야구 관중은 팬인 동시에 유권자이기도 하다. 팬이 늘었다. 프로야구 인프라 발전을 위해 정치인들을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드는 게 바로 팬들의 힘이다. 실제 그렇게 돼가는 것 같다. 야구와 정치가, 서로가 서로를 건전하게 도울 수 있는 환경으로 가고 있는 느낌이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