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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진 감독이 말하는 박병호 성공 비결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1-09-04 06:58 | 최종수정 2011-09-04 10:55


넥센 박병호가 3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한화전에서 1회 한화 안승민을 상대로 우월 솔로 홈런을 날렸다. 그라운드를 돌며 이광근 코치와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는 박병호. 대전=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1.9.3

"화끈하게 하자."

올시즌 트레이드 선수 가운데 단연 화제의 중심은 넥센 박병호(25)다.

LG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다가 지난 7월 31일 넥센으로 트레이드된 박병호는 최근 넥센이 몰고온 꼴찌 반란의 중심이다.

넥센으로 이적한 이후 3일 현재까지 26경기에 출전한 그의 평균 타율은 3할1푼3리. 올시즌 LG 시절 고작 15경기에 나와 1할2푼5리의 타율을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분명히 괄목상대다.

비록 팀은 패하기는 했지만 3일 한화전에서 올시즌 두 번째 3타자 연속 홈런행진의 대미를 장식하는 등 넥센에 와서 홈런 7개를 몰아쳤다. 특히 8월 한 달 동안 전체 타자 가운데 가장 많은 홈런(6개)을 기록하며 월간 MVP 1순위로 꼽힐 정도다.

이번 주말 넥센과의 맞대결에서 7위 자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했던 한화 한대화 감독도 가장 두려운 인물로 박병호를 꼽았다.

"박병호가 가세하면서 넥센의 타선이 한층 안정감있고 무서워졌다"는 게 한 감독의 평가였다.

박병호가 넥센에 와서 성공가도를 걷게 된 이유는 뭘까. 그를 발탁한 넥센 김시진은 감독에게 물었다. 김 감독은 "글쎄, 원래 기량이 있는 선수인데 전 소속팀에서 실력 발휘할 기회를 얻지 못한 것인지 넥센에 와서 출전 기회를 많이 얻게 되니까 자신감이 높아진 것인지 뭐라고 단정짓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은근슬쩍 비결을 털어놨다. 김 감독이 박병호에게 보여준 믿음의 리더십이었다. 김 감독은 박병호에게 색다른 주문을 했다. "삼진은 얼마든지 당해도 좋으니 화끈하게 스윙을 해라."

보통 감독들은 타자들의 타격감이 좋지 않을 때 스윙폭을 줄이고 간결하게 맞히는데 집중하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김 감독은 박병호에게 "네가 갖고 있는 특성을 살려 크게 스윙해도 좋다. 이왕 삼진 먹을거면 제대로 휘둘러보고 물러나라"고 주문했다.

김 감독이 이같은 주문을 한 것은 현역 시절 투수로 수많은 타자들을 상대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맞히는데 치중하려고 소심하게 배팅하는 타자들은 투수들도 속으로 만만하게 여긴다. 그러나 한 번 걸리면 장타가 나오는 이른바 '한방'이 있는 타자를 상대하면 그 사실을 의식한 나머지 조심하게 되고 '한방'을 피하기 위해 피칭을 하면 실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져 결국 당하게 된다는 것이다.

김 감독은 박병호의 '한방' 근성을 간파하고 투수들이 두려워하는 타자로 기를 살려주고 싶었던 것이다. 여기에 김 감독은 박병호에게 중대한 보장을 했다.

박병호가 넥센으로 이적한 뒤 가진 면담에서 김 감독은 "사실 내가 지금 이 시점에 우리 팀으로 옮겨온 너에게 크게 바라는 것은 없다. 하지만 고정 주전 멤버에서 빼지 않을 것이고 내년에는 더 많은 기회를 줄 것이니 올시즌 남은 기간 동안 하고 싶은 플레이 마음껏 펼쳐보고 내년에 화끈하게 보여주자"고 조언했다고 한다.

이후 김 감독은 박병호를 붙박이 4번 타자로 기용하며 팀 상승세를 이끌고 박병호의 재발견이 야구판 화제가 되도록 하는 등 일석이조 효과를 거두는 중이다.

그저 그런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흙속의 진주가 된 박병호에게는 '김시진식 조련법'이 배후에 있었던 것이다.
대전=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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