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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종' 손아섭, 훈련 또 훈련으로 슬럼프 탈출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1-09-04 15:31


2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LG와 롯데의 경기 1회초 1사 2루에서 1타점 적시타를 친 손아섭이 이닝을 마친 후 헬멧을 벗고 있다. 잠실=김재현 기자 basser@sportschosun.com 2011,09,02

롯데 손아섭은 팀 내에서 '독종'으로 통한다. 오로지 연습 만이 살 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방망이를 돌리고 또 돌린다. 누가 보면 정말 '무식하다'고 할 정도다.

손아섭은 지난달 26일부터 목동구장에서 이어진 넥센과의 3연전에서 안타 1개에 그치는 등 부진했다. 타격왕 후보로도 거론되던 시점에서 찬물이 확 끼얹어진 것이다. 손아섭의 속은 부글부글 끌었다.

31일 삼성과의 경기를 앞두고 홀로 타격 훈련을 하는 손아섭을 발견할 수 있었다.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공식훈련이 시작되기 1시간 전 구장에 나와 엑스트라 훈련을 한 것. 그리고 정식 훈련도 모두 소화했다. 그러나 표정이 영 개운치 않았다. 손아섭은 "어느 정도 훈련을 하면 타격감을 잡을 수 있는데 이번에는 심상치 않다. 큰 위기가 온 것 같다"는 걱정을 드러내며 덕아웃을 빠져나갔다. 잠시 후 실내연습장에서 손아섭을 발견할 수 있었다. 식사도 거른 채 스윙에 열중하고 있었다.

팀 동료 황재균은 손아섭의 그런 모습을 보며 "나 같은 경우는 정말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방망이를 아예 놓고 야구 생각을 안한다. 기분전환을 하면 도움이 된다"고 손아섭을 위로했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은 손아섭은 "물론 휴식도 좋지만 슬럼프를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연습 뿐"이라는 자신의 철학을 밝히며 굵은 땀방울을 닦아냈다.

그렇게 삼성과의 2경기, KIA와의 1경기에서 안타 1개씩을 쳐내며 타격감을 조율한 손아섭은 2일 잠실 LG전에서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확실히 살아난 모습을 보였다. 3일 경기에서도 안타 1개를 추가했다. "얼마 만의 멀티히트인 줄 모르겠다. 이제 좀 감을 잡은 것 같다"며 밝게 웃은 손아섭이었다.

손아섭이 얼마나 '독종'인지 확실히 보여주는 일화가 하나 있다. 올해 초 일본 가고시마 전지훈련장에 KBS N 취재진이 찾아왔다. 양승호 감독은 멀리까지 찾아와준 취재진에 감사의 표시로 저녁 식사를 대접했다. 물론 손아섭이 이상형이라고 밝혔던 최 희 아나운서도 취재진에 포함돼있었다. 최 희 아나운서를 본 양 감독은 손아섭을 식사자리에 불러냈다. 그렇게 식사도 하고 얘기도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세 사람. 문제는 야간 훈련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양 감독은 손아섭을 위해 큰 결단을 내렸다. 감독의 권한으로 야간 훈련을 하루 면제시켜 주기로 한 것이다. 윤학길 수석코치에게 전화로 이를 통보하기 위해 잠시 자리를 뜬 양 감독은 돌아온 후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손아섭이 최 희 아나운서에게 "야간 훈련을 해야 한다"고 말한 후 자리를 떴기 때문이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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