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최형우, 왜 투수들은 그를 좋아할까

삼성 최형우. 스포츠조선 DB

투수들이 최형우를 좋아한다. 상대 투수가 아니라 같은 팀 투수들의 얘기다.

삼성 최형우가 롯데 이대호와의 홈런레이스에서 은근히 뒤쳐지지 않고 있다. 최형우는 28일 잠실 두산전에서 솔로홈런 한방을 터뜨렸다. 이대호와 함께 23홈런으로 공동 선두를 마크했다. 잔여경기수는 삼성이 26게임, 롯데가 25게임이다.

최근 삼성 투수들로부터 최형우에 대한 평가를 들을 수 있었다. "최형우는 같은 팀 투수들이 인정하고 고마워하는 타자"라는 것이다.

보통 투수들이 같은 팀 야수를 칭찬하는 경우, 수비력 때문인 경우가 많다. 등 뒤에 서있는 야수가 좋은 수비력을 갖고 있는 경우, 투수는 든든한 마음으로 공을 던질 수 있다. 그런데 좌익수 최형우는 수비 실력이 최상급은 분명 아니다. 발이 빠르지 않고, 본래 포수로 출발했던 선수라서 가끔 좌익수로서 실수가 나올 때도 있다.

그렇다면 삼성 투수들은 어떤 이유로 최형우 얘기가 나오면 엄지를 치켜세우는 것일까.

약간의 부상은 참아가며 어떻게든 경기를 뛰려는 마음가짐 덕분이다. 최형우는 이번에도 그랬다. 25일 청주 한화전에서 5회에 주루플레이를 하다가 왼쪽 허벅지 앞근육을 다쳤다. 한동안 일어나지 못하고 주저앉아 있을 정도였다. 그날 경기에선 정형식으로 교체됐었다.

어지간한 선수라면 부상을 이유로 한두 게임 쉬려했을 것이다. 하지만 최형우는 26일부터 열린 두산과의 잠실 3연전을 모두 뛰었다. 물론 정상적인 러닝은 힘든 상태로 경기를 치렀다.

바로 이런 모습이다. 최형우는 삼성의 중심 타자다. 투수들은 당연하게도, 중심 타자가 뛰는 라인업이 자신을 받쳐주기를 원한다. 그런데 최형우가 어지간한 부상에는 영향받지 않고 매번 뛰려고 하니, 투수들은 고마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번 사례 뿐만이 아니라 최형우는 예전부터 그래왔다.

이미 널리 알려졌듯, 최형우는 한번 방출됐던 선수다. 상무 입단이 좌절된 뒤 경찰청에 들어갈 때도 구단 도움 없이 본인 스스로 해결했다. 삼성에 재입단한 뒤 최형우는 선수가 경기에 출전하는 게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를 누구보다 절실하게 느꼈다. 요즘도 좌익수로서의 출전 기회를 어떻게든 많이 잡기 위해 노력중이다. 삼성 내부 뿐만 아니라 한화 한대화 감독도 최근 몇년간 최형우가 노력을 통해 성장해왔다고 칭찬했다.

홈런왕 타이틀을 노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한 요즈음이다. 최형우는 "솔직히 욕심이 없다면 그건 거짓말이다"라고 말했다. 이대호와의 홈런레이스. 이름값만 놓고보면 힘에 겨운 승부지만, 최형우는 마지막까지 경쟁하겠다는 각오다.


김남형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