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양승호 감독 실력으로 안티를 찬티로 만들다.

권인하 기자

기사입력 2011-08-26 15:04


롯데 양승호 감독. 스포츠조선DB

'양승호굿.'

롯데의 극적인 후반기 행보에 초보 양승호 감독에 대한 롯데팬들의 믿음도 급상승하고 있다.

KIA와의 3연전을 스윕하며 3위로 올라선 25일. 경기가 끝난 뒤 서울로 올라가기 위해 버스에 오르는 선수들 주위에 몰린 수많은 관중들이 이름을 연호하며 박수를 쳤다. 양 감독이 버스로 오자 한 팬이 "감독님 사랑해요"라고 말했다. 어떤 남성팬은 그의 앞에서 절을 했다. "인터넷도 안하고 밖에도 거의 나가지 않기 때문에 팬들이 어떤지 잘 모른다"던 양 감독은 "사랑한다는 말은 처음 들어 봤고 절하는 것보고 깜짝 놀랐다"며 자신에게 열광적으로 바뀐 팬들의 반응에 놀란 눈치였다.

양 감독이 보지 않는다는 인터넷 게시판도 양 감독에 대한 칭찬이 대부분이다. 여전히 그를 못 믿는다고 하는 팬의 글도 가끔 보이지만 "아직도 양 감독 욕하냐", "감독님이 초반엔 못했지만 지금 잘하는 건 인정하자", "알고보니 양 감독님 명장이었네" 등 양 감독을 두둔하고 인정하는 글들이 대다수다. "로이스터 감독이 오로지 공격만 강조했다면 양승호 감독은 공격력에 마운드 안정, 수비 강화 등 전체적인 전력을 강하게 했다", "로이스터 감독 스타일이라면 4강 밖에 안되지만 양승호 감독은 더 위로 올라갈 수 있다"는 등 양 감독에 대한 믿음이 커졌다.

'양승호쾌', '양승호호호', '양승호인', '양승호굿' 등 양승호 감독의 이름뒤에 붙이는 별명도 '양승호구'에서 최근엔 호의적인 것으로 바뀌었다.

두달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일. 롯데를 사상 처음으로 3년 연속 4강에 올려놓은 로이스터 감독 대신 고려대 감독이던 양 감독이 취임하자 팬들 사이에선 믿음보다 의심이 더 컸다. 그리고 4월 꼴찌까지 떨어지자 팬들의 원성은 극에 달했다. 인터넷 게시판은 물론, 모바일 메신저나 문자메시지로 각종 험한 글이 양 감독에게 직접 왔다. 심지어 신변을 위협하는 협박성 문자까지 있었다. 결국 양 감독은 전화번호를 바꿨다. 이동하려고 택시를 탔다가 택시기사에게 "죄송합니다"라고 말한 것도 수차례. 활발한 성격으로 소문난 양 감독도 계속되는 팬들의 비난에 움츠러들었다.

5월에 상승세를 타며 4위를 쫓을 땐 반응이 좋아지다가 6월 6위로 밀리자 다시 비난이 들끓었다.

7월부터 팀이 안정세를 찾아 치고 올라가자 '좀 두고보자', '다시 떨어질 것', '좋아진다' 등 여러 의견으로 갈렸다가 8월에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더욱 승리가 늘어나고 3위에 올라 2위까지도 바라보게 되자 그를 인정하게 됐다.


엄정대 매니저는 "4월에 성적이 안좋을 때는 팬들이 '양승호 감독이다'라고 말만 하고 지나가거나 '감독님 파이팅'같은 격려의 말을 했는데 지금은 팬들이 반갑게 다가와 '감독님 사인해주세요'라는 말을 한다"며 "감독님께서 예전엔 사람들이 많은 음식점엔 잘 가지 않으셨는데 요즘은 가끔 가시는 편"이라고 했다.

양 감독은 "역시 성적이 좋고 볼 일인것 같다"며 웃었다. 지난해 롯데 감독으로 선임된 후 희로애락을 모두 겪은 양 감독의 첫 시즌이 해피엔딩으로 다가서고 있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