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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우수용병 일본행 러시, 올해는 달라진다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11-08-25 15:08


일본 프로야구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두산 투수 니퍼트. 홍찬일기자hongil@sportschosun.com

LG 주키치는 검증된 좌완 용병 투수로 일본 진출 가능성을 지닌 선수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한국 용병 투수에 대한 일본 프로야구의 대공습이 또 시작될 조짐이다.

SK-두산전이 열린 24일. 인천 문학구장에 한신 타이거즈 스카우트가 나타났다. 두산 선발 니퍼트의 투구를 보기 위한 발걸음이었다. 메이저리그 워싱턴 스카우트도 눈에 띄었다. 올겨울 본격화될 스카우트전에 앞선 사전 조사 성격이다.

올시즌 한국프로야구에는 '좋은' 용병이 넘친다. 용병 투수 전성시대를 방불케 할 정도다.

두산 니퍼트, LG 주키치, 리즈, KIA 트레비스 등 우수 신입 용병 투수들이 전반기 볼거리를 제공했다. KIA 로페즈를 필두로 SK 글로버, 롯데 사도스키, 넥센 나이트 등 기존 용병들도 제 몫을 해냈다. 후반기에는 SK 고든, 삼성 매티스, 저마노, 한화 바티스타 등 대체 선수까지 용병 붐에 가세했다. '시즌 중반 뽑는 용병은 성공하기 힘들다'는 고정관념을 깬 신선한 변화다.

실력파 용병 투수들이 대거 한국땅을 밟은 이유? 분명히 있었다. 각 팀마다 심혈을 기울여 발품을 팔고 돈을 아끼지 않은 결과다.

지난 2009년 로페즈-구톰슨을 앞세워 KIA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후 특급 용병 투수에 대한 수요가 폭발했다. 거물급 FA 투수 영입이 현실 제도하에 쉽지 않고 위험 부담이 크다는 점도 '용병 올인'에 한몫했다.

하지만 그동안 한국 용병시장은 일본의 공세에 취약했다. 일부를 제외한 특급 용병투수는 한국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일본에 진출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그간 한국 프로야구는 일본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했다.

이유는 물론 몸값 차이 때문이었다. 일본에 건너가 첫해 성공할 경우 이듬해부터 한국과 비교할 수 없는 거액을 받을 수 있었다. 한국에서 검증받은 투수는 첫해 몸값도 조금 더 후하게 쳐줬다.


전 두산 출신으로 주니치 등에서 활약한 우즈, KIA 출신으로 요미우리에 진출한 그레이싱어 등은 한국을 거쳐 일본에서 성공한 대표 사례다. 최근에는 두산 리오스, 히메네스가 각각 야쿠르트, 라쿠텐 유니폼을 입었다.

그렇다면 올해도 역시 한국 용병 투수들의 일본행 러시가 이뤄질까. 다른 양상이 전개될 전망이다. 이미 두산 니퍼트나 LG 주키치 등 장신의 젊은 용병 투수들은 입을 모아 "기회가 주어진다면 메이저리그에 도전할지언정 일본에 가고 싶지는 않다"고 말한다. 소속팀에 대한 '예의' 차원의 립서비스로만 해석할 수 없는 진심이 느껴진다. 왜 그럴까.

내적-외적 요인이 있다. 외부적으로 일본행을 가로막는 가장 큰 원인은 올초 일본을 강타한 동북부 대지진 여파다. 일본에 있는 외국인 선수들도 '탈 일본 현상'이 감지되는 분위기다. 김태균도 돌아왔다. '안전'에 특히 민감한 외국인 선수들이 주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용병 투수에 대한 한국시장의 파격적 대우도 일본행을 망설이게 하는 내부적 요소다. 우수 용병 투수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베팅 규모가 늘고 있다. 용병 연봉 상한선인 30만 달러는 오래전에 사문화됐다. 일본야구가 제시하는 몸값과의 실질 격차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일본야구를 누구보다 잘 아는 김성근 SK 전 감독은 이달 초 일본에서 불고있는 용병 연봉 디플레이션 현상을 설명했다. 김 전 감독은 "요즘 일본은 용병의 코스트가 비싸면 안 데려오려고 한다. 최근 소프트뱅크와도 이야기했는데 용병 몸값이 2000만~3000만엔이라고 해서 놀랐다"고 말했다. 이어 "오릭스에서 뛰고 있는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휘가로는 지난 겨울 SK가 영입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오릭스가 조금 더 먼저 움직였다. 한국에 왔으면 10승 이상은 충분히 할 수 있는 투수였다. 그런데 그 선수가 정작 오릭스와는 30만 달러에 계약했다고 하더라"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선수들로선 이미 적응된 한국에서 꽤 많은 돈을 벌수 있는데, 굳이 야구 내외적으로 위험한 일본행을 선택할 이유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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