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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주영의 와인드업이 채태인을 바쁘게 만들었다.
강봉규와 신주영은 총 7구째까지 승부를 이어갔다. 그런데 6구째부터 독특한 모습이 나왔다. 볼카운트 2-3에서 신주영이 6구째를 와인드업을 해서 던지려하자, 1루 주자 채태인이 슬금슬금 걸어나오더니 2루로 냅다 뛰었다. 와인드업을 했다는 건 이미 견제를 포기했다는 의미다. 그러니 채태인은 신주영이 와인드업을 하는 순간, 마음 놓고 2루로 향할 수 있었다.
신주영이 공을 놓는 타이밍에 채태인은 거의 2루에 다 가 있었다. 마찬가지로 2루주자 최형우도 3루쪽으로 절반쯤 이동했고, 3루주자 박석민도 홈 방향으로 상당히 움직였다.
7구째를 강봉규가 밀어쳐서 우전안타로 만들었다. 미리 움직였던 2루 주자까지 아주 편안하게 홈을 밟았고, 채태인도 무난하게 3루까지 이동했다.
보통의 경우엔 아무리 만루에 풀카운트 상황이라 해도 투수가 와인드업을 잘 선택하지 않는다. 안타를 맞을 경우 누상의 주자들에게 거의 한 베이스씩을 미리 헌납해버리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신주영이 와인드업을 굳이 택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중요한 시점에서 제구력 밸런스를 잡으려는 의도였을 것으로 보인다. 세트포지션으로 던질 때보다 와인드업이 더 자신감이 있었다면 그런 선택을 할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이 장면에서 1루주자 채태인의 기민한 움직임은 분명 칭찬받을만 했다. 긴장된 상황이라 넋놓고 있으면 투수가 와인드업을 하는지 아닌지도 모른 채 그저 서있기만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채태인은 정확하게 상황을 캐치했다. 강봉규가 단타가 아닌 2루타를 쳤다면, 걸음이 그다지 빠르지 않은 채태인이 홈까지 들어올 수도 있었을 것이다.
청주=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