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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찬규는 현재 시즌 초반의 보직으로 돌아와있다. '추격조'나 '불펜B조'로 불리는 리드를 뺏긴 상황에서 등판하는 투수다. 한때 팀 사정 상 필승조와 마무리까지 맡았던 그다. 하지만 신인에게 닥친 큰 중압감은 그를 긴 슬럼프에 빠지게 만들었다. 초반의 씩씩함은 온데간데 없고, 투구 밸런스가 무너지면서 스트라이크보다 볼의 수가 많아졌다. 이후 코칭스태프의 철저한 관리 속에 회복되나 싶었지만, 마무리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LG는 넥센에서 송신영을 데려왔고, 임찬규는 시즌 초반의 씩씩함을 되찾고 있다.
LG 박종훈 감독 역시 임찬규의 보직을 추격조 또는 롱릴리프로 정의했다. 박 감독은 23일 경기를 앞두고 "한 희가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마무리 송신영 앞에 쓸 수 있게 됐다"며 "임찬규와 유원상이 길게 던지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임찬규는 23일 경기에 앞서 다른 선수들처럼 머리를 짧게 정돈한 채 나타났다. 코칭스태프부터 선배들까지 움직이는 데 가만 있을 수는 없었다. 모자를 쓰면 구레나룻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짧아졌다. 고교 때보다도 짧아졌다. 임찬규는 이에 대해 "별다른 이유 없습니다. 그냥 짧게 잘랐습니다"라고만 말했다. 최근 말수가 부쩍 적어진 그이지만, 마운드에서 보여주는 결과로 자신의 존재감을 증명하고 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