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LG와의 구원은 어디서부터?

남정석 기자

기사입력 2011-08-24 14:39 | 최종수정 2011-08-24 15:59


5번의 연장에서 1승4패, 13차례의 대결에서 무려 9번의 1점차 피말리는 승부.

이쯤되면 '고춧가루 부대' 수준이 아니라 '앙숙'이 따로 없는 듯 하다. LG가 넥센과 만나면 이상하게 꼬리를 내린다. 뭔가에 홀린 듯 좀처럼 경기가 풀리지 않는다. 이상하게 꼬인 두 팀의 관계, 말 그대로 구원(舊怨)이 서려있는 듯 하다.

역사는 넥센의 전신인 현대로 넘어간다. 한국시리즈 우승만 4차례를 기록한 현대는 2000년대 중반부터 모기업의 지원이 뚝 끊기며 한국야구위원회(KBO)의 관리구단으로 전락했다가, 2008년 우리 히어로즈로 재창단됐다.

이 과정에서 11년간 현대 사령탑을 지킨 김재박 감독이 LG로 자리를 옮겼다. 팀의 존폐 위기에서 정진호 김용달 코치 등을 대동하고 다른 팀으로 옮겼으니 현대 프런트 직원들과 선수들, 팬들은 일종의 배신감을 느꼈다. '선장 빼내기'를 시도한 LG에도 좋은 감정이 있을 수 없었다. 규정을 어긴 것은 아니었지만 철저히 감정적인 이슈였고, '남겨진 자의 슬픔'이라는 감정이 현대에 이어 히어로즈에도 이어졌다.

2008시즌이 끝난 후 FA가 된 3루수 정성훈이 LG로 떠났지만 굳이 잡을 필요가 없었던 선수였기에 큰 문제는 없었다. 또 다른 앙금은 2009년 히어로즈의 연고지 이전 논란에서 비롯됐다.

서울 터줏대감인 LG가 두산과 합세, 목동에 터를 잡은 히어로즈의 입성금을 집요하게 요구했다. 전신인 현대에서부터 이미 약속된 사항이었긴 하지만 네이밍 마케팅으로 근근히 구단을 운영하는 히어로즈로선 양 구단에 27억원씩 총 54억원은 엄청난 부담이었다. '부자구단'에 대한 이유있는 미움도 싹텄다.

이택근을 LG로 보내면서 일단락 됐지만, 이미 관리구단의 설움을 뼈저리게 느꼈던 김시진 감독은 "LG에게만큼은 지고 싶지 않다"고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지난 7월 마지막 날 밤 전격적으로 송신영과 김성현이 LG로 트레이드 됐다. LG로부터 박병호 심수창을 받으며 최근 트레이드 가운데 가장 대등한 짝을 맞추긴 했지만, 4강 싸움에 급한 LG의 필요에 의해 이뤄진 거래라는 점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결국 또 다시 '뺏겼다'는 정서에 사로잡힌 넥센 팬들은 항의 문구를 야구장에 내걸기도 하며 반발했다.

빈부 격차로 인한 양극화의 박탈감은 최근 대한민국의 가장 큰 사회 문제다. 야구판에도 존재하는 자금력의 격차, 그 양쪽 끝에 LG와 넥센이 서 있는 가운데 적어도 그라운드에서 만큼은 "지지 않겠다"는 심리가 팽배해 있는 것이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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