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LG 4강 절대 못가?

신보순 기자

기사입력 2011-08-24 13:16


넥센 선수들이 23일 LG전 연장에서 승리한 뒤 마운드에서 기뻐하고 있다.
잠실=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

'넥센, LG 4강 절대 못보내?'

넥센 김시진 감독에게 물었다. "LG와 무슨 원한이 있습니까?"라고. 선수들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졌다. "왜 LG만 이 잡듯이 잡나"라고.

먼저 김 감독의 말이다. "그런 것 없어. 경기를 하다보니 그렇게 된거지." 송지만은 "예전에 조금 그런게 있기는 했지만 지금은 안 그렇다"고 했다. '예전에는 그랬다?', 그럼 분명 뭔가가 있기는 있는 것이다.

이런 말들이 나오는 이유는 한가지다. 올해 넥센은 LG에게 8승5패를 기록하고 있다. 다른 상위팀과는 전혀 다른 성적이다. 1위 삼성은 넥센에 11승3패, SK는 9승4패, KIA는 12승6패의 절대 우위다. 롯데도 8승6패를 기록중이다. 유독 LG만 넥센에 약하다. 아니 넥센이 LG에 강하다.

LG의 4강을 넥센이 막는다는 말이 그래서 나온다. 송지만이 말했던 '예전'의 기억 때문에 'LG만 만나면 눈에 불을 켠다'는 '오해'까지 불러일으킨다. 예전이란 2007년 LG가 현대에서 김재박 감독을 데려갔을 때를 말한다. 당시 선수들은 팀이 어려울 때 감독을 데려갔다고 흥분했었다. 현대는 넥센의 전신이다. 구단관계자는 "그 때는 실제 무슨 일이 있어도 LG는 잡겠다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후 정성훈 이택근 등이 LG로 옮기면서 묘한 갈등의 기운이 흘렀다.

지금은 LG에 대한 감정은 없다지만, 적어도 만만한 상대로 보는 건 확실하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5,6회까지 큰 점수차로 지고 있지 않으면 언제든지 뒤집을 수 있다고 자신하는 것 같다"고 했다. 23일 경기도 그런 분위기였다. 이날 두팀은 5-5에서 연장전에 들어갔다. 넥센이 5-4로 리드하다 9회말 동점을 내줬다. 당연히 분위기는 LG쪽이었다. 하지만 그때 벤치에서는 "뭐 한점 더 내서 이기면 되지"라며 웃음소리가 나왔다.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6대5로 이겼다. 선수들은 "사실 우리가 잘한다기 보다 LG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 쪽의 부담이 큰 것 같다"고 지적한다.

여기에 사실은 서울라이벌로서 적어도 뒤지지는 않겠다는 의식도 있다. 김 감독은 "서울에 3팀이 있다. 그 팀들과 라이벌구도를 만들어가는 중이다. 그런만큼 LG나 두산에게는 조금 더 신경을 쓰는 경우도 있지 않겠나"라고 했다.

이런 상황이니 LG로서는 넥센하면 지긋지긋할 법 하다. 올해 두팀은 연장전만 5번을 치렀다. 그 경기서 넥센이 4승1패로 앞섰다. LG에게는 충격이 컸다. 이 뿐 아니다. 7월19일부터 벌어졌던 3연전에서는 넥센에게 전패를 당했다. 그러면서 승률이 5할로 떨어졌다. 4위 탈락의 빌미였다.


매년 이런 식으로 당해왔다. 2008년에는 7승11패, 2009년에는 8승11로 열세였다. 그나마 작년에는 10승9패로 모처럼 앞서봤다.

만약 LG가 올해도 4강에서 탈락한다면 넥센 탓을 안할 수 없을 듯 하다.
신보순 기자 bsshi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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