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수창은 넥센 선수단보다 한발 앞서 잠실구장을 찾았다. 가장 먼저 박종훈 감독이 있는 감독실의 문을 두드렸다. 박 감독은 옛 제자에게 따뜻한 격려를 건넸다. 미소와 함께 "앞으로 더 잘해줘라"는 부탁까지 했다. 훈련이 시작된 뒤에는 박병호가 그라운드에 나와있는 박 감독에게 인사를 왔다.
경기 전 박 감독은 심수창과 박병호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보였다. "미워서 보낸 선수들이 아니다. 전력 보강을 위해 어쩔 수 없었다"면서 "다들 잘해줘서 너무 고맙다. '앞으로도 계속 잘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적 뒤 넥센의 4번 타자로 활약중인 박병호에 대해서는 "우리 팀에서 뛸 때와는 마음가짐의 차이가 클 것이다. 오늘 보니 부담감과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중압감에서 벗어나 편하게 야구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반면, 이날 경기에 4번 1루수로 나선 박병호는 차분한 모습이었다. 박병호는 경기 전 "친정팀이란 것을 최대한 의식하지 않으려 한다. 오히려 안 좋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곧이어 "만약에 이번 3연전에서 홈런을 친다 해도 세리머니는 하지 않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트레이드가 발표된 직후에도 "내가 잘하지 못했다. LG 팬들에게 죄송하다"라고 말했던 그다. 팬들 역시 박병호의 마음을 알았는지,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큰 환호를 보냈다.
한편, 심수창 박병호와 함께 트레이드돼 LG의 유니폼을 입은 송신영과 김성현도 넥센 선수단과 조우했다. 지난 19일 부상을 한 넥센 김성태는 이날 병원 검진 뒤 잠실구장을 찾았다 송신영과 김성현까지 만나 함박웃음을 보였다. 김성태는 김성현에게 "넥센이 좋냐, LG가 좋냐?"라며 짓궂은 질문을 하기도 했다. "잘 모르겠다"는 답이 날아오자 그는 "이건 엄마랑 아빠 중에 누가 좋냐고 물어보는 건가"라며 머쓱해했다. 곧이어 아이싱용 헐렁한 티셔츠를 입은 송신영이 라커룸에서 나오자, 티셔츠를 달라고 조르기도 했다. 송신영은 "이거 하나 밖에 안 나오는 거라 못 준다. 미안하다"라며 서둘러 발걸음을 돌렸다.
트레이드 이후 친정팀과의 첫 만남. 이들은 의연히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잠실=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