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김시진 감독, "박병호 3루수로 쓸 일 없을 것이다"

◇박병호

"타격 하나 잘하기도 바쁜 선수를…."

박병호는 LG에서 넥센으로 트레이드가 된 후 연일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팀의 입장에선 밥을 안먹어도 배가 부를 정도.

그런데 최근 박병호의 수비 활용폭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넥센 김시진 감독이 현재 1루수로 기용되고 있는 박병호를 내년엔 3루수로까지 폭넓게 기용하겠다고 언급했다는 것. 박병호는 실제 LG에서 3루 훈련을 하기도 했기에, 큰 문제는 없어보였다.

하지만 이에 대해 김 감독은 21일 목동 KIA전을 앞두고 적극 해명에 나섰다. 1루 수비를 더 잘하기 위해 3루 수비 훈련을 시키겠다는 얘기가 와전됐다는 것이 요지.

김 감독은 "1루 수비를 더 세련되게 하려면 3루에서 훈련을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자신에게 굴러오는 땅볼뿐 아니라 다른 내야수들이 공을 잡은 후 송구를 할 때 1루에서 어떻게 포구를 해야할지에 대한 폭넓은 대처가 가능하다"며 "플라이볼 대처를 위해서 외야에 세워두고 펑고볼도 쳐줄 생각이다. 훈련을 시킨다는 얘기가 3루수 기용이라는 말로 확대 해석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이적해 온 후 타격 하나 잘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잘해주고 있다. 수비에서 부담을 줄 생각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경기 막판 선수를 모두 바꿔 교체 자원이 없을 때는 짧게 3루 대수비로는 가능할 수 있다고 본다"고 여운을 남겼다.

사실 많은 팀의 거포 타자들이 1루뿐 아니라 3루수로 기용되는 경우는 많다. 핫코너이기는 하지만 상대적으로 수비 좌우폭이 넓지 않아도 되고, 베이스 커버에 대한 부담도 별로 없기 때문. 또 어지간한 야구 선수라면 1루 수비는 가능하다.

결국 멀티 포지션이 가능하면 그만큼 선수의 가치가 높아진다. 이제 25세에 불과하고 상무까지 제대, 앞으로 팀의 중심타자로 커갈 일만 남은 박병호에 대한 김 감독의 큰 기대와 따뜻한 배려가 함께 담겨있는 조치인 셈이다. 박병호는 21일 목동 KIA전에서 5회초 김원섭의 땅볼을 잡으려다 글러브에 맞고 튕기는 아쉬운 수비를 보여줬다. 안타로 기록됐지만 실책성에 가까웠다. 김 감독의 말대로 좀 더 훌륭한 거포로 성장하기 위해선 강습 타구 대처 훈련이 필요해 보였다.
목동=남정석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