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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야신은 시즌 도중 폭탄선언을 했을까.
그러나 어찌보면 당연하다. 여기에는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 가장 중요한 원인은 구단의 소극적인 재계약 태도때문이다. 구단 측은 "시즌이 끝난 뒤 재계약을 하겠다. 단, 구단이 요구할 건 요구할 생각"이라고 했다.
물론 구체적인 조건에 대해서 밝힌 것은 없다. 하지만 충분히 추측할 수 있는 조건들은 있다.
김 감독은 최근 재계약의 조건을 두고 "아마 팀에서 외국인 코치에 대한 제한을 두려는 것 같다. 그리고 긴 전지훈련 일수도 제동을 걸 수 있다"며 우려했다. '만약 그런 조건이 걸린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라는 질문에 "받아들이기 힘들 것 같다. 우리 SK가 그동안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두 가지가 핵심이다. 나의 야구를 하지 말라는 의미"라고 씁쓸해 했다.
김 감독은 자신이 정한 원칙에 대해서는 과도하리만큼 철저하다. 열악한 국내야구의 현실에서 타협할 지점도 있지만, 항상 그 타협을 거부해왔다. 너무나 굳건한 원칙과 그에 따른 협상력의 부재는 그의 감독생활에서 '양날의 칼'이었다.
맡는 팀마다 좋은 성적을 거두는 밑거름이 됐지만, 구단과의 마찰로 감독생활이 순탄치 못했다. 2년 전 오키나와 전지훈련에서 '타협할 지점이 분명히 있을 것 같은데요'라고 묻자 "나도 안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조금씩 타협하다보면 내 자신이 무너진다"고 말하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구단의 '요구할 건 요구할 생각'이라는 말은 당연히 그가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이다. 1969년 마산상고 시절부터 지금까지 42년의 지도자 생활을 지탱해왔던 원칙에 대해 양보하라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쓸만한 선수를 데려오려면 수십억이 드는 게 현실이다. 선수를 키우기 위해 비용을 더 들여 코치를 쓰고, 전지훈련을 하는 게 훨씬 더 효율적"이라고 했다. 타구단에 비해 많은 SK의 일본인 코치들과 전지훈련 비용에 대한 정당성을 항변하기 위해서였다.
그런 의미에서 SK 구단의 협상태도는 너무나 의문스럽다. 김 감독의 이런 특성을 구단 측이 몰랐을 리 없다. 재계약에 대한 SK 측의 입장은 지극히 '정상적'이다. 당연히 재계약에는 협상이 필요하고, 세부적인 조건은 그 속에서 확립된다. 그러나 그 대상이 김 감독이라면, 재계약 조건에 대한 운을 띄우면서 차일피일 미룬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만약 진짜 김 감독과 재계약할 생각이 있었다면 이런 김 감독의 특성까지도 고려해 재계약 협상전략을 짜는 게 맞다. 김 감독이 "정말 구단이 나를 필요로 하는 게 맞나"라고 실망감을 표출한 이유다.
구체적으로 표현하진 않았지만 김 감독은 이런 상황에 대해 지친 것 같다. 4년동안 SK를 최강군단으로 변모시킨데 대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인간적인 서운함도 있었을 것이다. 결국 그는 어제 홀로 술잔을 기울이며 결정을 내렸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