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초 2사 후, KIA 이현곤이 친 타구가 삼성 1루수 박석민의 글러브속으로 자석처럼 빨려들어갔다.
오승환은 200세이브의 첫 소감으로 동료들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오늘 200세이브째를 달성해서 기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미안한 마음도 있다. 나에 앞서 선발 윤성환 형이 정말 잘 던져줬고, 권혁-안지만 등 불펜도 그 어느 때보다 잘 해줬다. 특히 안지만은 홀드를 할 기회였는데, 나에게 양보해준 것 같다. 늘 그렇게 도움을 받았기에 200세이브까지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세계 최고기록이다. 오승환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런 과정에서 가장 고마운 사람은 어쩌면 그 공을 묵묵히 받아준 이가 아니었을까. 오승환 역시 통산 첫 번째 세이브부터 200번째 세이브까지 꾸준히 공을 받아준 포수 진갑용에 대한 답례를 잊지 않았다. 오승환은 "1호 세이브부터 200호 세이브까지 늘 갑용이 형과 함께였다. 앞으로더 더 오래 같이 하면서 더 많은 세이브를 달성해냈으면 좋겠다"고 짝꿍에 대한 신뢰감을 잃지 않았다.
오승환은 단국대 재학시절 팔꿈치 수술을 받은 뒤 지난해에도 인대접합 수술을 받았다. 두 차례에 걸친 시련. 그러나 오승환을 흔들수는 없었다. 오승환은 "재활은 대학시절 경험을 통해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더 독한 마음을 먹었다. 만약 이번에 부활하지 못한다면 '그저 그런 선수'로 전락될 것이 싫었다. 나는 꼭 성공할 것이라고 믿었다"며 재활 시절의 고통을 털어놨다.
하지만, 결국 그 성장통을 이겨내며 오승환은 더 큰 선수가 됐다. 올해 오승환은 역대 최강의 구위를 선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오승환은 "재활도 잘 됐지만, 팀 전력이 좋은 덕분이다. 8개 구단 최고의 불펜진과 선발진 덕분에 과부하가 걸리지 않고 있다"고설명했다.
세이브 행진, 앞으로도 계속된다.
오승환은 "오늘 세이브는 200개 세이브 중 하나일 뿐이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세이브랄 게 없다. 오늘 세이브가 그나마 가장 기쁘다"고 말했다. 여기서 멈추지 않겠다는 뜻이다. 한미일 최단기간 200세이브의 기록을 달성한 여세를 몰아 300, 400세이브를 할 때까지 도전하겠다는 게 오승환의 의지다. 궁극적으로는 정말 제대로 된 '클로저'를 한국 야구에서도 보여주겠다는 게 오승환의 목표다. 오승환은 "요즘 아마선수들 중에 마무리를 꿈꾸는 후배는 없다. 다들 선발로 몇승 하겠다고 하는데, 나로 인해 마무리 투수에 대한 목표를 세운 후배가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구=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