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신고식 정근우 SK 상승세의 필요충분조건

부상에서 돌아왔어도 항상 그의 유니폼은 흙이 많이 묻어있다. 10일 잠실 두산전에서 경기장면. 잠실=허상욱 기자 [e-mail]

11일 만에 돌아온 그는 특유의 순진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유쾌한 입담은 없었다.

"아직 통증이 남아있지만 뛸 만하다"고 했다. '말수가 없어진 것 같다'고 하자 싱긋이 웃으며 그라운드로 뛰어들어갔다.

팀으로서는 중요한 시점. 그러나 그는 없었다. 지난달 26일 부산 롯데전을 앞두고 갑자기 왼쪽 늑골 통증을 느꼈다. 결국 3경기를 뛰지 못했고, 30일 대전 한화전에 앞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재활조에서 확실히 치료하고 돌아오라는 의미였다.

SK 김성근 감독은 10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감독석에 앉자마자 "정근우 어디있어"라고 했다. 그만큼 팀에 중요한 선수. 베팅게이지에서 연습타격하는 것을 확인한 김 감독은 그제서야 다른 곳으로 눈길을 돌렸다.

김 감독이 특별한 관심을 보이는 건 당연했다. 테이블 세터로서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그가 정상 컨디션을 찾으면 SK 타선은 업그레이드된다. 최근 뛰어난 결정력을 보이고 있는 중심타선과 맞물리면 SK의 득점력은 더욱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역시 달랐다. 이날 스타팅 라인업에서 제외된 정근우는 6회말 수비로 교체투입됐다. 7회 3번타자로 나선 그는 몸에 맞는 볼로 출루한 뒤 2루 도루까지 성공했다. 득점하진 못했지만, 정근우의 찬스메이킹 능력을 단숨에 입증하는 장면.

팀이 3-4로 끌려가고 있는 9회초 공격에서 그의 진가는 유감없이 발휘됐다. 2사 만루의 상황. 못 치면 패배였다. 실전감각이 부족했지만, 침착했다. 볼 2개를 골라냈다. 3구는 139㎞ 바깥쪽 꽉 찬 직구 스트라이크. 4구째, 정근우의 배트는 매섭게 돌아갔다. 타구는 1, 2루간을 관통했다. 2타점 적시타.

연장 10회 초에도 적시타를 치며 찬스 메이커와 해결사의 역할을 동시에 보여줬다. 최고의 파이터답다. 류동혁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