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부상 KIA, 구급차 후송이 도대체 몇 번째인가.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1-08-03 22:07 | 최종수정 2011-08-03 22:07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아온즈 경기가 19일 광주 무등경기장에서 열렸다. KIA 8말 무사 1루 최희섭이 우전 안타를 치고 2루까지 주루하다 허리통증을 호소하며 주저 앉았다. 곧바로 최희섭은 병원으로 후송되었다.
광주=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도대체 몇 번째 보는 그라운드 내 구급차 진입인가.

선수들의 안전을 위해서 늘 야구장 밖에는 구급차가 상시대기하고 있다. 하지만, 막상 구급차가 그라운드로 들어오는 일은 1년에 몇 차례 안된다. 이건 좋은 일이다. 구급차가 그라운드에 들어오는 일이 적을수록 선수들이 크게 다치는 일도 적다는 뜻이다. 실제로 구급차가 그라운드로 들어오는 일은 한 시즌에 많아야 1~2회에 그친다.

그런데 올 시즌 KIA는 예외다. 시즌을 아직 70% 정도 밖에 치르지 않았는데, 벌써 경기 중 구급차가 그라운드에 들어와 다친 선수를 실어나른 장면이 네 차례나 반복됐다. 최희섭(6월19일 광주 삼성전)을 시작으로 김선빈(7월5일 군산 넥센전)과 김상현(7월29일 광주 넥센전)에 이어 3일 잠실 두산전에서는 안치홍까지 구급차에 실려나갔다. 이토록 많은 핵심 주전들이 두 달 사이에 모조리 구급차에 실려나간 일도 드물다. 더불어 그럼에도 리그 선두권을 유지하는 것도 놀라운 일이다.


스포츠조선
2011년 7월 5일
5일 오후 군산 월명야구장에서 넥센과 KIA의 경기가 열렸다. 2회초 KIA 김선빈이 넥센 알드리지의 타구에 맞아 그라운드에 쓰러져 있다. 김선빈은 곧바로 인근 병원으로 후송되었다.
군산=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연쇄 부상, 구급차가 낯설지 않다.

경기 도중 그라운드에 구급차가 들어오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스스로 일어서지 못하는 상태가 돼 정밀검진이 필요할 때다. 지난 6월19일 광주 삼성전에서 2루타를 치고 나갔다가 2루 부근에서 뒤로 쓰러진 최희섭과 3일 잠실 두산전에서 2루로 슬라이딩 하다 쓰러진 안치홍이 이 경우에 해당한다. 두 선수 모두 허리에 극심한 통증을 호소했다. 다른 선수와의 큰 충돌이나 타구에 맞는 등의 돌발 상황은 없었지만, 일단 허리가 아프면 일반인이라도 쉽게 움직이지 못한다. 최희섭은 허리디스크 재발로 한 달간 재활했다. 안치홍은 강남 세브란스병원에서 CT촬영을 받은 결과 허리근육의 단순경직 증세라고 밝혀졌다. 최희섭만큼 큰 부상은 아니라는 점이 그나마 KIA로서는 천우신조다.

구급차가 들어오는 다음 경우는 즉각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크게 다쳤을 때다. KIA 주전 유격수 김선빈은 지난 7월5일 군산 넥센전에서 수비 도중 알드리지의 타구에 얼굴을 정통으로 맞았다. 쓰러진 김선빈의 얼굴에서는 피가 철철 흘렀다. 누가봐도 큰 부상이라 빨리 병원 치료가 필요했다. 지난 7월29일 광주 넥센전에서 상대투수 김상수의 공에 얼굴을 맞은 김상현도 마찬가지다. 타석에 쓰러진 김상현은 잠시 정신을 잃기도 했다. 이들 모두 서둘러 구급차에 실려나가 정밀검진과 응급치료를 잘 받을 수 있던 케이스다.


KIA와 넥센의 2011 프로야구가 29일 광주 무등경기장에서 펼쳐 졌다. KIA 김상현이 6회말 타석에서 넥센 김상수의 투구에 머리를 맞고 엠블런스에 실리고 있다.
광주=조병관 기자rainmaker@sportschosun.com/2011.07.29
'구급차 러시'에도 KIA는 버텨낸다.

다른 팀 같았으면 이처럼 주전 4인방이 모조리 구급차에 실려나간 상황을 맞으면 팀이 흔들리게 마련이다. 그러나 KIA는 최근의 위기속에서도 꿋꿋이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비결은 백업선수들의 활약과 조범현 감독의 팀 운용에 있다. 최희섭이 빠진 4번타자 자리는 이범호-김상현에 발목 골절상을 딛고 돌아온 나지완이 합류해 메웠다. 김선빈이 빠진 유격수 공백은 이현곤이 훌륭하게 채워줬다. 가장 최근에 발생한 김상현의 공백이 문제인데, 때마침 최희섭마저 오른쪽 발가락 미세골절로 빠져 해법 찾기가 쉽지 않다. 조 감독은 이범호와 나지완 등을 동원해 이를 커버할 계획이다. 안치홍은 그나마 부상 정도가 경미해 잠시 휴식을 취하면 곧 경기에 나설 수 있을 전망이다.


더불어 조범현 감독의 긴 호흡도 KIA가 위기를 넘고 있는 비결이다. 조 감독은 결코 서두르지 않는다. 시즌 초반이나 6~7월 순항중일 때, 또 최근 주전의 부상 도미노 현상으로 고전할 때도 늘 "넓게 봐야한다. 힘들지만 이겨내겠다"고 말해왔다. 사령탑이 흔들리거나 조급해하지 않으니 선수들도 동요하지 않고 이겨내고 있다.

그러나 또 '구급차 진입'이 발생하지 말라는 보장도 없는 게 더 큰 고민이다. 올 시즌 KIA에 이렇게 많은 부상자가 생기는 것은 단순한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근본적으로 선수들에게 피로감과 충격을 많이 주는 낡은 광주 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는 것이 큰 원인이다. 원인이 제거되지 않는 한 제5의 구급차 진입은 언제든 생길 수 있다. 잠실=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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